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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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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이네가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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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이는 지금 대학교 3학년이고 남동생은 대학교 2학년이다. 엄마와 아빠는 정직 근면 성실의 모범생이면서 사람들과 놀기를 참 좋아한다. 보람이의 부모님은 주변에 어려운 일과 기쁜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함께 한다. 읍내 곳곳에서 개설되는 인문학 강좌가 있으면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 공재, 고정희 문화재 등 문화행사가 있으면 일도 돕고 흥겹게 즐긴다. 풍물 강사인 엄마는 틈틈이 엄마보다 실력있는 선생님을 찾아가 장구를 배운다. 복지기관에 일하시는 아빠도 그 계통에 관한 공부를 더 하시는 눈치다. 그런 부모님과 함께 사는 보람이는 더없이 즐겁다.


돈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가끔씩 불편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해와 배려,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우리 집이 보람이는 자랑스럽고 정겹다. 돈이 많아 행복한 것이 아니라 웃을 일이 많으면 그게 행복이라는 말을 보람이 가족은 공감하고 실감하고 있다.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보람이 부모의 행복 비결은 나답게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는 나! 너는 너!” 라는, 주체와 자존을 세우며 살자고 말은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이 보람이의 부모는 타고난 바탕이 낙천적이고 작은 일에 감동한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고, 행복은 마음에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제비꽃은 제비꽃대로 장미꽃은 장미꽃대로,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존귀하듯이, 행복은 나답게 살아갈 때 환하게 꽃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보람이 엄마 아빠의 나답게는 어떤 나답게일까? 먼저 이들 부부는 도시라는 공간이 잘 맞지 않는다. 기질적으로 흙과 바람과 햇살이 풍성하지 못하면 몸에 생기가 돌지 않는다. 그래서 지방 소읍에 살면서 두륜산과 땅끝 바다를 오가며 눈과 귀와 코의 오감을 맘껏 누리며 산다. 이게 바로 나답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분수대로 사는 것이 나답게 산다고 확신하다.


보람이 엄마 아빠가 왜 분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그것은 분수를 지킬 때 곧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분수라는 말이 신분사회에서 계급상승의 욕구를 억누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분수의 원래 의미는 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수 있는 한계를 말하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기질과 취향, 능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이 좋다고 해서, 혹은 내가 좋아보인다고 해서, 다른 이의 삶을 훔쳐보고 넘보는 일은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를 매우 잘 알고 있는 보람이 부모는 가끔 농담조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오르지 않는다분수 밖의 삶에 의미 두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엿보인다. 책보다는 술을 더 많이 사랑하는 보람이 아빠지만, 분수 밖의 삶이 불명예와 파멸의 불씨임을 잘 알기에 틈틈이 장자양생주의 한 구절을 읽으며 자신들을 경책한다. “들꿩은 열 걸음 걸어야 모이 한 번 쪼고 백 걸음 걸어야 물 한 모금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새장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먹이를 찾는 수고로움이야 있겠지만 자유롭게 살려는 본성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오리의 다리를 늘이지 말고 학의 다리를 자르지 마라는 구절도 이들에게 삶의 지침이다.

여기저기서 대안적 삶을 말한다. 그래서 변방의 삶, 마을의 삶을 말한다. 그리고 인문학을 말한다. 대안적 삶의 터전은 변방이고 공동체 정신이 담지된 마을이 될 것이다


대안적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사람답게 사이 좋게 지내는 삶을 말한다. 그 대안적 삶의 토양과 자양분은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을 요약하면 주체, 자유, 사랑이다. 나답게 사는 것이 주체라 하겠다. 남의 삶을 엿보지 않을 때 자유롭겠다. 저마다 나름대로 나답게 살아가고,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 사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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