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말 출가서원식을 마친 원불교 교무들
오는 15일 오후1시30분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출가식이 거행된다. 이 자리에서 49명의 출가자들이 ‘교무’가 원불교 성직자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출가자수 49명은 작년 27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요즘 처럼 ‘출가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시대에 불교나 가톨릭에 비해 역사가 짧은 종단인 원불교로서는 천군만마인 셈이다.
이들은 경산종법사를 비롯한 교단지도자들과 선배교무들, 신자들의 축하 속에서 출가식을 갖고, “모든 생명이 나의 생명이요 전체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알아 자신과 교단과 세계를 위해 남김없이 심신을 바치겠다”고 서원한다. 개인의 욕구를 충족하는 삶을 뒤로하고, 이제부터 세상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셈이다.
이날 서원식을 하는 박예성(33) 예비교무는 부산 출신으로 보육원에 3년간 근무하다가 6년전 원불교 성직자 양성기관인 영산대에 편입해 출가를 준비해왔다. 그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주로 물질적인 것만 챙겨주다보니, 좀 더 근본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마음공부를 하고 마음훈련을 하면서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음의 힘을 쌓아 생활에 활용하게 되면서 이렇게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안암교당 김제원 교무는 청년들 마음공부를 통해 최근 13년간 안암교당에서만 21명의 출가자를 배출했다. 이번 출가자 가운데도 5명이 안암교당 출신이다. 김 교무는 “일생을 던지는 것이어서 출가는 죽음 다음으로 큰 결정인데 고생만 하고 보람과 가치가 없다면 출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개인의 재산과 이익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큰 재미와 기쁨을 위해 큰 삶, 큰 역할, 큰 생활을 시작하는 것”하는 것이라며 새 삶을 축하했다. 김 교무는 “출가한다는 것은 세상을 위해 나누고 베풀기 위해 몸이 가장 낮은 데로 가지만 마음은 가장 높은데로 향하는 것”이라며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재색명리를 탐하는 것은 작은 욕심이고, 출가해서 성불제중(깨달아 부처가 되어 중생을 구제하는 것)하려는 것은 큰 욕심이니 작은 욕심 말고 큰 욕심을 내라고 했다”고 전했다.
» 지난해말 원불교 출가서원식
하지만 그처럼 출가해 삶을 전적으로 투하는 젊은이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 경향은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이다. 조계종의 경우 1991년 연 500명이던 출가자가 올해 151명으로 급감하자 최근 출가자 모집 광고까지 냈다. 가톨릭 사제가 되기위한 과정인 전국 가톨릭대 신학과도 높은 경쟁율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신학과가 미달사태롤 빚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교세가 작은 원불교도 원광대와 영산대의 교무(성직자) 과정 지원자가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 교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원불교의 경우 교무를 지원할 때 남자는 결혼할 것인지, 독신으로 평생을 보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지만, 여자의 경우 독신성직자인 ‘정녀’로서 한 길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원불교의 ‘주력’으로 꼽혔던 여자교무 지원자가 더 감소했다. 이번에도 남자 출가자는 27명이지만, 여자 출가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여자 교무들도 남자 교무들처럼 독신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날이 멀지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