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십시오. 별로 줄 것이 없다면 친절한 말 한마디, 친절한 눈길, 미소라도 주십시오.’ 필자가 소속된 ‘마리아의작은자매회’의 창설자이신 메리 포터 수녀님의 말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친절한 말과 눈길, 미소는 돈도 들지 않고 세금도 안 내고 별로 힘도 들지 않는 큰 선물이 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며 또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1년에 100번 이상 강의를 다니는데 그 대상은 아주 다양하다. 강사를 대하는 태도도 여러 가지다. 어느 곳은 너무나 과한 친절을 베풀어서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령, 역이나 터미널까지 모시러 나오겠다, 식사 준비를 따로 해놓았으니 먼저 간부 혹은 임원들과 식사하자고 한다. 이런 것들이 불편해서 미리 도착해서 혼자 구내식당에서 먹고 강의실로 가거나 아니면 김밥 한 줄만 준비해 주시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강사와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엄청난 식사를 준비해놓고는 정작 강의를 들으러 온 100여명의 수강생들에게는 각자 알아서 점심 먹고 오라는 당부는 물론이고 사탕 한 알, 커피 한 잔, 물 한 병도 준비해놓지 않은 것을 볼 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들이 다 자원봉사자라는데 이런 기회에 강사나 관계자들이 먹을 이 비싼 음식 두 사람분만 절약해도 이 많은 착한 봉사자들에게 단팥빵 하나와 음료수 하나씩은 줄 수 있을 텐데 하며 별걱정을 다 해보기도 한다.
또 가끔은 이런 불편함도 있다. 강의할 장소를 갔을 때 도대체 누가 나를 부른 건지도 모를 그 싸늘함,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아 혼자 전등을 켜고, 직접 케이블선을 찾아서 노트북을 연결하고 마이크를 켜고 ‘저, 누군데요. 그냥 강의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하고 강의를 시작해서 끝나면 주섬주섬 강의 도구들을 챙겨서 나와야 하는 황당함.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도 찜찜한 마음이 앙금처럼 남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열중해서 눈 맞추며 강의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을 얻는다. 어제도 사별가족 돌봄이라는 강의를 하고 나오는데 어떤 중년 부인이 따라 나와 나를 끌어안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남편 떠난 지 21년 지났는데 처음으로 진실되게 마음을 읽어주는 위로를 받아보았단다.
그래서 새로운 한 해의 여정도 그렇게 시작해본다. 부족하지만 더도 덜도 말고 ‘친절한 말 한마디, 친절한 눈길, 미소’만이라도 줄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 본다. 아니, 우리 모두가 만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