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성찰에는 동서양 영성의 고전만한 것이 없다. 거기서 우리보다 먼저 의미의 위기를 겪고 깊이 성찰한 지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무엇이 인생의 지고선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성의 대가들은 한결같이 인생의 최고 목표와 의미는 참다운 자기인식에 있다고 증언한다. 몸과 마음으로 구성된 표피적 자아가 아니라 더 깊이 숨어 있는 심층적 자기인 참나를 발견하고 실현하여 참사람으로 사는 것이 인생의 최고 행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영적 참나의 실현은 요즈음 흔히 교육자들이나 상담가들 또는 '성공 전도사들'이 떠드는 자아실현이나 자기계발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반대다. 현대인들은 진짜 자기를 발견해서 자기다운 자기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 입력된 하나의 허위의식이다. 과연 그렇게 자기만의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불과 몇 안 되는 천재 예술가나 타고난 예능인 또는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헤어스타일을 좀 튀게 하고 옷을 개성 있게 입는다고 자기만의 독창적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성공전도사들은 쉽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아직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데 있다."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에겐 환상이다. 이와 같은 잘못 주입된 환상에 속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허송세월하며 '진짜 삶'을 미루고 있는가. 얼마 동안 자기변명과 위로는 되겠지만 결국은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대면할 수밖에 없다.
자기만의 개성, 자기만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삶만이 진정한 삶이라는 생각은 현대 개인주의 사회가 심어 놓은 환상이다. 자기만의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답게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영성의 세계에서 말하는 참나란 우연적 산물인 개인의 특성이나 재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참나는 인간이면 누구나 타고난 본연의 인간성 자체다. 동서 영성가들은 이러한 참된 인간성의 자각과 실현이야말로 인생의 궁극적 선이며 행복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든 참된 인간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만 한다. 성인이란 곧 참사람을 일컫기 때문이다.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길희성 지음, 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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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전도사'가 전하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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