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사는 걸 깜박 했어요”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의 책 이름이 이렇다. 속풀이 심리상담가답다.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에는 ‘루카복음서에서 찾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힘’이 부제로 달렸다. 이 책은 성경을 근간으로 했음에도 엄숙함과 도덕성에 침잠해있지않다. 역시 그다운 생생함이 빛난다.
그는 늘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편에서는 “젊은 시절, 백수처럼 하루하루 까먹던 시절, 도대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그냥 밥만 축내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며 “그러나 할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홍 신부는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안 되는 것일까?’라고 ‘내 인생을 탓하고 싶을 때’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일단 멈추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길 권한다. 그리고 자신을 초월한 누군가를 향하여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권한다. 즉 기도하면서 하느님이 주시는 메시지에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상처가 많은 시대에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전제 조건도 제시했다. 치유를 받으려면 먼저 자기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프지 않은 사람을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치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매 장마다 말미에 ‘묵상 시간’이란 코너를 두고 있다. 그는 “내가 지닌 문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그것이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주님께서 나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참아 주셨는지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묵상을 권했다.
홍 신부의 상담에서 ‘관계’에 대한 조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신학적인 관점에서 열두 사도는 이스라엘 열두지파를 상징하며, 흩어진 열두 지파가 다 모였을 때 이스라엘 왕국이 완성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심리학적으로는 사람 마음 안의 여러 가지 요소가 통합을 이룰 때 그 사람은 성숙함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주님도 각가 개성이 강한, 즉 개별적인 콤플렉스가 강한 열두 사람을 뽑았다”면서 “이는 심리적인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도 모난 돌이 다른 모난 돌과 부딪치고 또 부딪치면서 원만하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다른 사람이 가진 콤플렉스가 볼만하고 견딜 만 해질 때까지, 서로 짜증을 내다가도 안 보이면 보고픈 마음이 들 때까지 피하지 말고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 홍성남 신부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하는 이유도 상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관점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3가지 ‘이유’는 이렇다. 첫째, 용서하지 않으면 내 삶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분노를 품고 사는 동안 공부에도 놀거나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내 인생의 알토란 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분노가 주는 유혹에 빠져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져 결국 건강마저 해친다는 것이다. 세째, 내 이냉의 새로운 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다. 내가 용서하면 그 기운이 좋은 기운의 순환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 순환의 마지막은 나 자신이기에 좋은 기운은 나에게 되돌아 온다고 한다.
그런데도 주의할점을 제시한다. 용서할 마음이 되지 않았는데 감작스럽게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상대방을 억지로 용서하려고 하는 것은 몸을 건강하게 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무거운 기구를 들어올리는 것과 같기에 자기 마음의 그릇에 맞추어서 용서의 양을 천천히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홍 신부는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을 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세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라며 한탄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통해 내가 얼마나 더 건강해지고 강해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권고한다.
그는 또 “인간은 수도 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같은 죄와 잘못도 여러 번 반복하여 짓고 사는 나약한 존재”라면서 “예수님은 이런 우리를 너무도 잘 알기에 자신의 실패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거름으로 받아들이라고 말씀하고, 그것이 회개하는 삶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