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위기에 처한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보발분교를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백산 산위마마을 공동체 사람들
홍천 오기 전 많은 농촌마을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어떤 마을에서 학교 폐교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마을 사람들이 폐교를 원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니, 학교를 폐교하는 게 마을에 더 도움 된다고 한다. 누군가 폐교한 학교를 이용해 마을 재정에 도움 될 만한 사업을 제안했던 거다. 폐교에 찬성해 주면 마을발전기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농촌마을의 고단한 현실은 마을의 작은 학교가 지닌 가치를 지키기에 이미 너무 지쳐보였다.
마을에 있는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 복지가 어우러져 있는 마을살림터다. 어떤 마을에서는 학교를 지키기 위해 법정 싸움까지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집안 어르신이 가장 아끼던 좋은 땅을 내놓아 학교를 세웠던 건데, 이제 와서 폐교하고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셨다. 아이들이 다 떠나면 어쩔 수 없지만, 한 명이라도 있으면 폐교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부하신 어른의 뜻이라고 하셨다. 시골 마을에 세워진 학교들은 이런 사연을 역사로 해서 세워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골 학교들은 대부분 마을의 가장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이 생기를 잃으면, 아이들이 사라지고 학교가 문을 닫는다. 마을은 자라는 아이들 없이 생존 할 수 없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고향인 부산에 갔다가 어릴 때 다닌 초등학교에 갔었다. 한 학년에 15반까지 있었고,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 운영할 정도로 아이들이 넘쳐나던 학교였다. 교문 앞 나무 그늘에 할머니 두 분이 않아 계셨다. 30년 만에 만나는 학교를 보며 감회에 젖어있는데, 할머니 말씀이 뚫고 들어왔다. “이 학교 폐교시키면 안 돼. 이 동네 만들어 질 때 세운 학교인데...” 도시에서도 같은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 폐교 전단계로 휴교중인 제주도 마라분교
밝은누리 홍천터전 인근에 작은 분교가 있다. 학생들이 줄어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다. 마을에 아이들이 태어나지도 않고, 있어도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면이나 읍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보다 교육환경이 좋고, 방과 후 보육에도 더 도움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통학 버스가 생기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마을의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뜻을 품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면에 있는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작은 분교로 보내기로 했다. 귀농 귀촌하는 이들도 함께 한다. 교육청과 함께 온마을 배움터를 만들어 방과 후와 주말에도 마을교육이 살아나도록 힘쓴다. 먹는 것, 노는 것, 가르치는 것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인다. 뜻을 함께 하는 면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도 분교로 자원해 옮겼다. 마을을 토대로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함께 하는 거다.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학교를 살리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살아난 학교는 마을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