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넘치지 않는 삶의 자세, 나이 안 먹는 비결
나이 마흔 살 먹는 게 별로라는 그대에게
40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여성
연초 계획했던 게 엉망진창
부족해도 문제지만 과하면 더 문제
아름다운 마흔과 친하게 지내보세요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벌써 첫 달이 이만큼이나 지나갔네요? 별로 한 것도 없이… 정말 시간 빨리 흘러갑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설계를 하고 신선한 에너지에 탄력을 받아 힘차게 약동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쩍 나이를 의식한 나머지 깊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올해 마흔이 된 직장인 여성 A씨가 그러합니다.
“공연히 누군가에게 속은 기분이 드네요. 야속하기도 하구요. 아직 외모는 젊다고 스스로 주장하고 싶은데, 벌써 아줌마 소리 듣기는 싫습니다. 누가 나이를 화제로 삼으면 그러지 않으려 해도 매우 예민해집니다. 숫자가 3에서 4로 바뀌니 정체성의 혼란이 옵니다.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고, 새롭게 운동도 시작하고, 책 읽기 모임에 등록도 하고, 나이 더 들기 전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무리한 탓인지 지독한 감기몸살로 기진맥진한 연초를 보내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것들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마흔이 된 기분, 정말 별로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민감한 일입니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2에서 3으로, 3에서 4로, 4에서 5로, 5에서 6으로, 낯설고 어색하며 가까이하기 싫은 숫자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학교 3학년에 있다가 이제 막 4학년으로 진학한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심리적 낙차가 무척 심한 계절입니다. 올해 초 작고한 시인 이승훈의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란 시 제목처럼, ‘다가가면 발로 차고, 도망가면 팔을 잡았’던 것이 나이인지도 모릅니다.
한때 ‘남자는 카드, 여자는 외모’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이 경제력에 집중하고,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나이가 들고 외모가 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틀림없습니다. 서른에서 마흔이 된다는 것은 물론 돌아갈 수 없는 하나의 강을 건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나이와 싸워야 할까요? 돌아오지 않는 시절을 아쉬워하며 날마다 울어야 할까요? 피할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이제 새로운 환경과 현명하게 만나야 합니다. ‘스마트하게 나이 들기’라 명명해봅니다.
스마트해진다는 것은 익숙지 않은 것과 함께 지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옆에 둘 수밖에 없는 것들, 그중의 하나가 나이입니다. 아직은 낯설고 때로는 불편합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로 대하느냐, 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괄시하면 그 상대도 똑같이 대접합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발로 차거나 무시하지는 마세요.
돌이켜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20대의 시간을, 그리고 30대의 시간을 얼마나 따뜻하게 대했던가요? 서른이 되어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를 아쉽게 생각했고, 마흔이 되면서는 지나간 30대를 그리워합니다. 아마도 10년 뒤 50이 될 즈음에는 40대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나간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만 그리워하고 정작 옆에 있는 파트너를 차갑게 대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요? 후회는 습관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그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마흔과 그 이후의 시간을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뭐든지 함께 지내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10년이란 동행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왜 내 주변에는 멋진 친구가 없느냐 항변하지 말고, 내가 멋진 친구로 먼저 다가가는 겁니다. 언젠가 둘의 우정을 주변에서 부러워하며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의 40대는 멋있었다고 평가해줄 겁니다.
나이는 분명 20-30-40의 선형 구조로 진행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도 언제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생은 오히려 비선형 구조일 때가 많습니다. 시간과 성장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때로는 퇴보하고 때로는 지그재그입니다. 젊었을 때는 멋진 사람이었는데, 나이 들어 어딘가 매력이 없어지고 더 나아가 추해지는 사람들을 봅니다. 정치권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목격하지만 주변에서도 가끔 볼 겁니다. 반대로 젊은 시절 평범하기 짝이 없었는데, 어느 날 만나보니 매우 멋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사람도 봅니다. 그 차이와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욕심과 균형 감각입니다.
저는 최근 노화방지 전문가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노화방지에 가장 좋은 것은 얼굴에 바르는 크림이 아니고, 약물도 아니고 다른 곳에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매사 넘치지 않도록 하는 삶의 자세라는 겁니다. 과식하지 않고 술을 과음하지 않으며, 운동도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너무 부족해도 문제지만 넘치는 것 역시 결코 몸에 좋지 않습니다. 경제력, 권력, 명예욕, 성취욕, 출세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심이 과하면 보기 흉합니다.
나이 들수록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해야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면 급격한 노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조금 부족한 느낌, 뭔가를 갈구하는 상태를 유지하면 할수록 노화가 천천히 진행되어 결국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듯 약간 아쉽고 부족하며 결핍된 상태는 결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라는 마감 시간이 있어 우리는 조금 더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없던 영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러니 나이는 멋진 영감을 가져다줄 뮤즈라 할 수 있겠죠. 이제 아름다운 마흔과 친하게 지내보세요. 나이는 당신의 뮤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