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픽사베이.
여학생이라면 대부분 사춘기 때 좋아하는 남자 선생님 한 분쯤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그 대상이 선생님이 아니고 아이돌 스타로 변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때는 멀리서 그 선생님이 걸어오면 가슴이 뛰고는 했다. 유독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시는 그 선생님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무척 슬퍼했던 것 같다. 그때는 한없이 멀리만 느껴졌던 먼 지방으로 전근을 가셨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강의를 하기 위해 그 도시를 일 년에 서너 번을 다녀오지만 열댓 살 소녀에게는 갈 수도 없는 먼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후, 물론 지금도 가끔 ‘얼굴’이라는 노래를 어디선가 들으면 그때와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 물론 옛날처럼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적셔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린 여자 아이에게는 가장 위대하고 훌륭하고 이상적인 남자는 ‘아빠’다. 커서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여자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종종 보게 된다. 딸을 결혼시킬 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입장하는, 사위에게 몇 초라도 딸의 손을 늦게 내어주려는 아빠들의 모습을 가끔 결혼식장에서 본다. 그럴 때마다 자녀들에게, 특히 딸에게 아빠는 큰 산이요, 보디 가드며 끝없는 내 편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아빠를 얼굴도 기억나지 못할 만큼의 나이에 잃어야 하는 아이들도 참 많다. 두 살, 네 살, 1학년, 3학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옹달샘’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엄마가 울까봐, 속상해 할까봐, ‘아빠 보고 싶다’라고 투정도 못 부리는 아이들은 가끔 그 속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수녀님, 오늘 아빠가 생각이 나요. 언제나 환하게 웃던 아빠 얼굴 말이에요. 항상 밝게 웃으셨는데…. 그런데 오늘 우연히 아빠 사진을 보니 더 생각이 나요. 왜 그럴까요? 그래서 그런지 눈물이 나요. 아빠는 그래도 고통이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아빠는 착하니까요.우리 아빠는 내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지금 제 기분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지금 아빠가 편할까요? 지난 기억이 아닌 지금 아빠가 사는 나라 말이에요. 저는 지금 나라가 더 좋은데…. 아빠 혼자 계시면 외롭겠다. 우리 얼굴도 못 보니까. 나도 아빠가 살아계실 때가 제일 좋았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어요.우리 아빠, 우리한테 말도 잘 못하셨는데….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사진 붙잡고 울면 아빠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눈물이 나와요.애들이 자꾸 ‘너 진짜 불쌍하다. 너희 아빠 돌아가셨냐?’하면 정말 속이 상해요. 아빠가 부디 좋은 나라에 가서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통 없이 말이에요.”
초등학생인 이 아이는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면 꿈에서라도 아빠 얼굴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쓰듯이 우리 수녀원으로 편지를 보내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