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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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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삼일만에 천하를 깨우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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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북창(鄭北窓)선생이 20살 시절에 산에 들어가 공부하는데,
입산삼일(入山三日)에 지천하사(知天下事)라.
산에(즉 절에) 들어간 지 사흘만에 천하 일을 알았다.
그 분이 마흔 네 살에 죽었는데 만장(挽章)을 스스로 뭐라 썼는고 하니

일일(一日)에 음진천종주(飮盡千鐘酒)하고,
하루에 천 잔 술을 다 마셔 버리고,

일생(一生)에 독파만권서(讀罷萬卷書)라.
일평생에 만 권 서책 다 읽었어라.

고담복희이상사(高談伏羲以上事)하고,
고상하게 복희(伏羲)씨 이상의 일만 이야기하고,

속설(俗說)은 종래(從來)로 불괘구(不掛口)로다.
세속의 얘기는 종래로 입에 걸지 않았도다.

안회(顔回)는 삼십(三十)에 칭아성(稱亞聖)인데,
안연(顔淵; 공자의 으뜸 제자)은 삼십에 아성(亞聖; 공자의 다음 가는 성현)이라 불렀는데

선생지수(先生之壽)는 하기구(何其久)아.
선생의 삶은 어찌 그리 긴가.

● ● ● ● ●

이상이 북창자만(北窓自挽)의 시(詩)인데, 
안연(顔淵)은 서른 두 살에 일찍 돌아가셨지만 자기는 마흔 네 살까지나 살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만장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서는 좌탈(座脫)해 버렸습니다. 앉아서 몸을 벗어 버렸다 이거예요. 

그는 불교에도 조예가 이만저만 깊은 양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유교에서는 술객(術客)이라고 합니다. 
왜? 원체 아는 것만 보았지, 아는 게 끊어진 자리는 못 보았기에 그러는 겁니다. 
그러니 아는 것만 가지고는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겁니다. 
불교에서만 안 쳐주는 게 아니라 유교에서도 안 쳐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술객이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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