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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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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성지순례… 


[복음과상황 272호 커버스토리 대안성지순례를 고민한다] -초보 순례자의 성지순례 체험기 
2013년 06월 20일 김종원 
goscon@goscon.co.kr 
 
 
초보 성지순례자의 감격

지금까지 두 차례 성지순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났지만, 당시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1차 여행은 15일간의 일정으로 이집트, 이스라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화란을 다녀왔습니다. 2차 여행은 20일 동안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오는 일정이었습니다.

 

1차 여행지의 시작은 이집트 카이로였는데 세계적인 역사 유적지인 피라미드 관람으로 시작하여 콥틱 교회와, 예수님의 피난처였던 장소를 거쳐, 출애굽의 여정인 시나이 반도를 따라 시내산을 오르는 코스였습니다. 출애굽 여정을 밟으면서, 창세기 1:2절 이후로 나오는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는 것이 태초뿐 아니라 출애굽 당시 시나이 반도의 환경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시내산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광야의 밤을 지나고 맞이하는 일출의 태양은 산천초목이 푸른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장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나이 반도를 통과하여 이스라엘을 향해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차량을 이용하는 순례자에게도 힘든 일정이었는데, 출애굽 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이 이해될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사해사본 발견 지역과 사해의 진풍경,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산상수훈의 설교 배경인 갈릴리 호수는 천국과 다름없는 환희의 장소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어릴 적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딜 가나 낯설지 않은 이스라엘의 지명은, 성경을 통해 익숙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리스도인들 누구나 평소 동경해 마지않던 장소였기 때문이었겠지요. 거기서 보는 모든 것이 반갑고, 신기하고, 감격스럽고, 때로는 눈물이 났던 건 단지 예수님이 태어나고 사시던 곳을 직접 보고 그분이 걸어가셨던 발자취를 몸소 따라 걷는다는 것만으로 크나큰 환희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코스였던 이탈리아 로마는 바울과 베드로의 순교지일뿐 아니라 한때 세계사의 중심 무대였던 역사 유적지 곳곳을 직접 둘러보는 신기로움에 더해 어릴 적 영화에서 보았던 장소와 건물, 명화 들을 직접 보는 것 자체가 ‘황홀하다’는 표현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웨슬리 기념 교회당, 장로교 정치의 메카라는 화란의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경험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2차 여행지인 그리스는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종교 문화 양식이 지배하는 나라였습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세계의 다도해라는 에게 해의 섬들은 그리스가 해양업의 중심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사도 요한을 멀리 외따로 버려진 고도(孤島) 밧모 섬으로 유배시킬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정황도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고린도, 빌립보, 아테네, 지구의 배꼽이라는 ‘옴파로스’가 있는 델포이, 기암 절벽 위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유명한 ‘메테로라’를 거쳐 터키로 넘어갔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잠시 거주했던 동쪽 하란에서부터 바울 사도의 고향인 서쪽 다소에 이르는 터키 땅 곳곳은 에베소, 갑바도기아를 비롯하여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등 성경의 무대가 되는 지명이어서 한 순간도 졸 수 없는 여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동양과 서양, 이슬람과 기독교가 만나는 곳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이스탄불은 인종과 종교와 문화가 어떻게 공존하는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꿈 같은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편집성지순례이집트종려나무여행사성지순례.jpg

*성지순례지인 이집트. 출처:종려나무여행

 

성지순례의 안타까움과 아쉬움

신학을 하고 목회를 하면서 성지순례에 대한 열망을 품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요? 성경의 배경이 되는 현장을 발로 밟아보기를 늘 갈망했지만, 실제로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갈망하는 건 제 일이었지만, 실현하는 건 남의 차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전혀 예상치 않게 꿈에 그리던 성지순례자가 되는 기회가, 그것도 두 차례나 찾아왔습니다. 당시는 제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타개책이 절실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기회가 주어졌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인터넷으로 수소문을 해서 성지순례단의 빈 자리에 불청객으로 끼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두 교회의 여행팀 일원으로 가게 되 1차 여행은 교인들이 참여한 여행이라 장점도 많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적잖았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는 교인들 끼리끼리의 대화와 수다 때문에 순례의 본래 목적이 실종되는 경우가 있었던 겁니다. 성경의 땅을 방문하여 발로 밟고 몸으로 느끼면서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지거나,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서로 친숙한 교인들 사이의 관계가 그 시간을 방해한 셈이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둘째는 여행사에서 잡아놓은 쇼핑 일정이었는데, 황금 시간대인 오후 1~3시를 시간을 관광 상품 쇼핑지로 안내하는 것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점심 시간 직후의 아까운 오후 시간을 쓸데없는 일로 날려버리는 것 같아서 몹시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셋째로 현지에서 관광 상품을 사는 씀씀이에 놀랐습니다. 관광 상품 가게에 들르는 시간을 몹시 아까워하던 제 마음이 무색해질 정도로 유명 메이커에 집착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때 산 물건을 귀국 시에 마치 제가 산 것처럼 들고 나와 달라고 부탁해올 정도로 쇼핑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서는 그저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성지순례 일정에 쇼핑 시간을 꼭 넣어서 짜다 보니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경의 땅과 유적지와는 동떨어진 곳을 방문 코스에 넣었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입맛이 썼던 기억이 납니다.

 

2차 여행 때는 서울 소재의 모 신학대학원 학생들의 성지 역사 탐방에 동행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1차 여행을 경험했던 터라 관광 상품 가게를 들르지 않는 것이 좋았고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흡족했습니다. 현지의 특성에 맞게 예배, 기도회, 찬양 등으로 감격을 나누었고, 가이드 또한 깊이 있는 설명을 해주어 성경의 무대가 되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들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은 큰 유익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인 곳은 어디나 갈등이 있는 법인지라 순례팀 교수와 학생 사이의 간격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여행 기간 내내 모든 학생들에게 힘든 일이 발생했는데, 교수들 사이의 불화 때문에 생긴 무거운 분위기가 학생들을 엄습한 일입니다. 1차 여행에서 같은 교회 교우들 끼리의 수다 문화 때문에 순례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2차 여행은 순례팀을 지도하는 교수들 간의 불화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대화가 없어지고 눈치만 살피는 냉랭한 분위기였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성지순례의 목적이 어디에 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순례 기간 동안 순례자로서 어떤 기본 자세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행동과 유의점 등을 제대로 학습하고 준비하지 않은 여행은, 성경의 땅에서 영적 각성이 아닌 내적 상처를 얻고 돌아오는 안타까운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차 여행 중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을 통해, 바울과 베드로가 함께 투옥되었다고 알려진 감옥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화려한 건축물이나 유적지에 비하면 초라하고 퀘퀘한 지하감옥이었지만, 지금도 그 감옥이 눈에 선하게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그 유학생이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한국의 많은 여행사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성지순례를 위해 로마를 방문한다면 다른 어떤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곳보다 바로 이 곳, 사도 베드로와 바울이 투옥되었던 ‘마메르티노(Mamertino) 감옥’을 들러야 한다고요. 그러나 아직 한 곳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습니다.”

지금은 로마의 ‘마메르티노 감옥’을 순례 여정에 포함한 여행사가 생겼을지 궁금합니다.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일정을 짜는 것은 전적으로 여행사 소관이겠으나, 때로는 새로 발굴되거나 발견된 지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성지순례 코스에 포함함으로써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르게 하는 중요한 기회를 더 넓혀 나갔으면 합니다.

 

편집파트모스사도요한동굴성지순례.jpg

*사도 요한이 유배됐던 그리스 파트모스 섬의 동굴

 

‘지역적 성지’ 개념 벗어나야

현재의 이스라엘 땅을 ‘성스럽고 거룩한’ 곳으로 대하는 것이 여전히 한국교회의 대체적인 관점인 듯합니다. 이는 몹시도 낡고 협소한 인식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성지순례를 얘기할 때 이스라엘 방문은 필수적이라고 여기지만, 다녀온 분들 대다수는 생각이 바뀝니다. 그 이유는 첫째, 너무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안고 있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라 하더라도, 무엇보다 가는 곳마다 이뤄지는 검문검색에 지친 결과입니다. 둘째,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한 환경 때문에 괜히 왔다는 허무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마리아 수태고지 관련 장소 같은 경우, 한 건물 안에 네 종교가 자리 싸움을 하고 있고 그 방들을 지날 때마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탓에 종교를 이용한 돈벌이에 기분이 상합니다. 종교를 이용하여 돈벌이에 혈안이 된 듯한 상업주의는 순례객의 순수한 동기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해 보여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셋째,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의 고향인 이스라엘이 정말 ‘거룩한’ 땅인가 하는 회의가 들 법한 현지 상황 때문입니다. 어딜가나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을 구분짓는 자동차 번호판 색깔부터 시작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가이드의 지나친 안내 때문입니다.

 

하기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2천 년이 지난 지금의 이스라엘 땅에서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정신은 남아서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를 이스라엘 정부나 여행사측에서 제공해 주길 기대하기보다는 그곳을 찾는 이들이 저마다 개인적으로 힘써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이스라엘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기에 덮어놓고 ‘거룩한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한때 하나님 나라의 전형인 천국을 예표하는 곳이긴 했지만, 맹목적으로 그 땅만이 ‘거룩한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우주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일부 지역에만 국한시키는 태도입니다. 아울러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밝혔듯이, 예수님의 오심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임을 상기해보면 이제는 ‘지역적인 성지’ 개념을 뛰어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모신 모든 곳이 거룩한 땅’임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구약 성경에는 여러 곳에서 주요 절기에 하나님의 전을 찾아가도록 말씀합니다. 이것이 구약적인 의미에서 성지순례의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이 구약에서의 성전은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입니다. 신약 시대에 와서 건물로서의 성전 시대는 끝나고 예수님의 몸이 성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모신 사람은 누구나 성전이고 그 성전 하나하나가 모인 곳이 교회입니다. 그러니 성지순례란 그 어떤 것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예수님과 성경을 더 깊이, 많이 알고 싶은 마음에서 성경의 땅을 찾아가는 것이지 그곳을 성지화해서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되는 곳으로 만드는 짓은 온당치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 성지순례’

지금 다시 성지순례를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전과는 다른 여정으로 다녀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선 다른 어떤 곳보다도 중동 지역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에덴동산의 발원지에 가장 근접한 곳이자 노아 홍수와 아브라함의 고향이었던 갈대아 우르와, 바벨론 포로로 잡혀가서 페르시아의 왕비가 되었던 에스더의 배경이 되는 수산궁 등 성경의 수많은 무대가 있는 시리아와 요르단, 이라크, 이란 등지를 둘러보며 경험하고 싶습니다.

 

성지순례를 한 개인 또는 개교회가 독자적으로 기획하여 다녀오기란 실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특히 특수한 환경인 중동 지역으로 갈 경우는 더욱더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여행사에 맡긴 채 그저 가자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성지순례의 주제와 목적, 대상(지역)에 따라 그에 맞는 사전 스터디가 필수적이고, 그에 따라 필요시 여행사에 요청하거나 상호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별히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두고 마치 무슬림들이 메카(Mecca)를 순례하듯 접근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지’를 밟았기 때문에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거나 전보다 더 성화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에서 성경을 조금이나마 더 입체적으로 알게 되고, 신앙 열조들이 지녔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품고 돌아오는 것이 성지순례가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기독교가 적대시하는 중동의 이슬람 지역 방문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중동을 무시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척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의 자세도 아닐 뿐더러 세계화에도 뒤떨어지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곳을 방문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종교를 떠나 인간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복음화에 유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종원
음악과 미술을 즐길 줄 알며 해박한 식견까지 갖춘 음유시인 같은 목회자. 신학교를 졸업한 뒤 어린 시절 받은 복음의 빚을 갚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도시에서 청년들을 섬기며 목회했다. 그후 개척하여 목회하던 교회가 여러 기독매체를 통해 지방 소도시의 목회 모델로 주목받았으나, 건강이 악화되어 자진하여 사임한 뒤 5년 넘게 북카페를 운영하며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아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을 배웠다. 대신대학교와 총신대 신대원에서 공부했으며 효창교회 담임교역자로 섬기고 있다.
 

 

*이 글은 복음과상황(goscon.co.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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