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칸다왕은 엄청난 권력과 재물을 가진 욕심 많은 왕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한 거지성자가 찾아왔다. 거지성자는 동냥그릇을 내밀면서 거기에 물건을 좀 채워 달라고 했다. 시칸다왕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핀잔을 주었다. “나에게 겨우 그 정도를 요구하느냐?” 그리고 그 그릇에 음식과 보석을 넣었다. 그런데 아무리 음식과 보석과 비단을 넣어도 항상 반 정도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왕은 깜짝 놀라 거지성자를 보면서 말했다. “아이구, 도인이시여. 당신은 놀라운 그릇을 가지고 있군요. 그렇게 많은 금은보화를 넣었는데도 아직도 비어 있다니.” 그러자 거지성자가 대답했다. “시칸다왕이여! 세상의 모든 보물을 여기 담는다 해도 그릇은 항상 비어 있을 것이요. 이 그릇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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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을 얻기 위해 욕망의 그릇을 채우려 들지만 채워도 채워도 여전히 부족한 빈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은 부족함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플라톤은 행복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 밖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플라톤이 제시한 행복의 조건의 공통점은 "부족함"입니다. 뭐든지 약간 부족한 게 좋습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임상옥은 장사를 하러 다니면서도 계영배(戒盈杯)라는 물건을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합니다. 계영배라 하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잔’입니다. 그는 늘 그 잔을 보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나는 가득 채우지 않겠다. 혹 내 평생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도 나는 그렇게 채우는 것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겠다’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천박한 인심을 만들고 인정도 도덕도 사라진 게걸스러운 사람을 양산합니다. 욕심만을 가지고 추구하면 그 일은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마음을 비우고 ‘그거 없어도 살아’ 그렇게 집착을 버리면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립니다. 좀 모자라게 살면서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사는 게 참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