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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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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밥값하고 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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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2.jpg» 절에서 발우공양하는 모습

 

종교계가 때론 일반인들보다 더 추한 꼴을 보이기도 해 동네북이 되는게 요즘 세상이지만, 그래도 가끔 청량한 바람 한줄기를 느끼게 해주는 종교인들이 있다. 일반인들은 생소한 종교계와 종교인들의 모습을 통해 고단한 사람의 바다, 그 너머의 세계를 엿본다. 일간지 종교전문기자로 활동하는 김갑식 기자의 신간 <요즘, 밥값하고 사십니까?>(PDF 펴냄)가 그런 책이다.

 

 밥값-.jpg요즘 밥값하고 사십니까?’란 공양주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나온 말이다. 공양주란 절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분을 말한다. ‘공양주 보살가운데는 생계도 생계지만, 수행 삼아 그 일을 하는 분들도 적지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절집에서 공양주 보살을 구하기 어려워 불교계 신문에 공양주 보살을 구합니다란 구인광고가 눈에 뜨인다. 저자는 그 절집의 공양이야기를 전하면서 식사 전에 올리는 공양게를 듣는 순간 어느 공양주 보살로부터 밥값이나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불호령을 듣는듯했다고 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허물을 모두 버리고/ 욕심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기독교로 치면 일종의 식사 전 기도인 이 공양게를 들으며 무심코 수저를 들다가 죽비를 맞은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정호승 시인의 시 <밥값>이란다.

 어머니/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아무리 멀어도/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가톨릭 이야기 가운데는 94세를 일기로 선종한 이춘선씨의 사연이 인상적이다. 그의 7남녀 중 아들 넷이 사제가 됐고, 유일한 딸도 수녀로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고인은 20년 전, 막 사제품을 받고 강원 홍천본당으로 떠나는 막내아들 신부에게 작은 보따리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풀어보라며 주었다고 한다. 그 보따리에는 막내아들이 세 살 때 입었던 저고리가 들어있다고 한다. 작은 저고리들은 성직자가의 권위가 아나라 자신이 이처럼 작은 존재였음을 기억하고 살라는 당부였다. 그 어머니는 생전 자녀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또 장례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너무 슬퍼하지않도록 두 번 웃겨 드리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래서 막내아들 신부는 미사 중 갑자기 선글라스를 껴 참석자들에게 잠깐의 웃음을 줬다고 한다.

 

 93살 원로목사의 사부곡은 눈물겹다. 조부 때부터 아들까지 4대 목회의 신앙 일가를 이룬 림인식 노량진교회 목사는 20년 동안 생활비를 가져다주지않은 무능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가족 생일은 예수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공동생일로 대신하고, 교인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다며 아들을을 연고도 없는 곳에서 결혼시킨 고집쟁이였다고 한다. 세상 잣대로 볼 때 무능한 고집쟁이 남편은 말년 당뇨병과 파킨슨병을 앓은 부인의 병시중을 도맡았고, 2012년 아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 예배에서 당신은 나에게 특별한 천사였소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저자는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조화된 삶의 길을 전하고싶었다면서 사람들의 뫔길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그런 종교의 진정한 모습을 기다려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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