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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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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죽이는법, 살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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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모르겠다>저자인 권수영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소장 인터뷰

 

권수영-.JPG

 

책-.jpg<나도 나를 모르겠다>(레드박스 펴냄).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권수영(53) 소장이 펴낸 신간 제목이다. 내 마음을 모르니, 남의 마음을 알 리 없고, 그러니 서로 통할 리 없다. 구랍 28일 서울 신촌 연세대 신과대학에서 저자를 만나 불통시대의 해법을 물었다. 권소장은 연세대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개신교 초교파인 연세대 연합신과대학원임에도 상담전공자가 크게 늘어 신학과 전공자가 엇비슷해 조만간 추월할 기세다. 연세대만에도 심리학과 교육학과 아동가족학과 등에서 심리상담을 가르치는데, 신학대학교에도 상담 전공자가 이렇게 늘어난다는 것은 목회현장에서조차 신학 이상으로 심리상담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권소장도 미국 보스턴대와 하버드대에선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인교회에서 3년간 목회도 했지만,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종교와 심리학’ 으로 바꿨다. 그는 “우리의 살길이 ‘영혼의 돌봄권수영대화1-.JPG»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지원센타 직원들과 대화하는 권수영 소장’에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감정 표현과 본능을 억누른 댓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난 뒤 느낀점을 얘기하라고 한다. 가령 ‘한석봉과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한석봉이 혼 나는 장면을 읽고 난 뒤 ‘공부엔 끝이 없다’거나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하면 그건 생각이다. 아이들이 ‘헐, 억울하겠다’고 한게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 표현을 하면 ‘미친 놈’취급을 한다.”
 이렇게 이성과 지성만 강조하고 감성을 죽이면서 아이들이 숨을 쉬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학교폭력, 가정 폭력도 이처럼 감성이 죽은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인성 회복을 위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학교 현장에서 주로 철학이나 윤리, 인문 교육만을 시키는 것도 아직 감을 제대로 잡지못해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아이들이 공자, 맹자를 몰라서 인성이 망가졌나. 인터넷의 심각한 댓글 폭력도 공감상실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폭력적인 댓글을 달거나 언어폭력 신체 폭력을 가하면 상대가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수치스러울까’란 감성이 살아나야하는데, 아이큐만 강조하고 감정이나 본능을 억제하도록만 한 댓가다. 엄마도 매니저나 감시자 같은 말만하고, 학교나 직장에 가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들을 수 없는 분위가가 아이들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성이 나빠진게 아니라 지나치게 감성을 죽인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그는 감성적 공감을 영혼의 산소라고 말한다. 라틴어로 영혼과 숨은 어원이 같다고 한다. 그는 ‘영혼의 숨’인 감정교감이 없으면 살아도 산 것 같지않게 된다고 했다.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을 받지못해  영혼의 숨을 쉬지못하면 살아도 산 것 같지않다. 그래서 정말 살아있는지 보려고 자해를 해 피가 나게 하는 것이다.”
 

권수영상담2-.JPG


 빠른 해결보다 아픔에 공감해주는 게 더 중요
 그는 감정 교감이 사라지면 영혼이 질식한다고 경고한다. 감정 교감이 없으면 아무리 호화주택에 살아도 숨이 막히는데, 그간 우리는 먹고사는 일만 중시하는 대신 감정 교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공감을 뒤로하고 기계적 성과만 중시하면서 청소년들은 이제 로봇만도 못하다고 스스로를 비하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로봇의 좌뇌는 만들 수 있지만 우뇌는 만들 수가 없다. 인공지능은 미리 가지고 있는 정보로 일방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가슴으로 교감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를 붙들고 엉엉 울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빠른 성과만을 고대하는 학부모들은 마치 로봇처럼 자녀들에게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만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가령 ‘수학 문제가 안 풀린다’고 공책을 던져버리는 아이를 두고 엄마는 ‘그 성질머리부터 고치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머리로 파악해 신속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공감해주는 것이란다. 즉 ‘많이 속상하지? 내일이 시험인데, 문제가 그렇게 잘 안 풀리면 정말 불안할거야.’라고 교감하면 아이가 훨씬 쉽게 감정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은 청년들이 은둔형외톨이로 숨어들거나 니트족이 되는 것도 그게 좋아서라기보다는 더 이상 타인으로인해 상처 받지않겠다는 절규이고, 자살 시도도 단 한명이라도 내게 공감해달라는 신호라고 한다. 그는 ‘힐링’이라는 것도 맛있는 것 먹고, 여행하고, 공연 보는 개인주의로만 흘러 늘 마을에서 함께 해온 공유를 배제해 서로 감정을 나눔으로써 나를 사랑하고 타인도 살리는 치유의 본질에서 멀어져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권소장이 아이들을 죽이는 또 다른 독으로 꼽은 건 ‘비교’다.
 “우리는 늘 약점을 가지고 비교를 하는 버릇이 있다. 반대로 강점으로 비교해보자. 가령 ‘형은 공부를 잘 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고 하는 대신에 ‘형은 공부를 잘하지만, 너는 튼튼하잖아’라고 하면 전자와는 크게 달라진다. 피겨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아사다마오처럼 못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오셔 코치를 만났는데 오셔는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지말고 넌 너의 것을 찾아라’고 권유해 그만의 강점은 예술적 표현력을 살리도록 해 결국 챔피언이 되게했다.”
 

권수영대화1-.JPG» 연세대 신학대학 상담·코칭지원센타 직원들과 대화하는 권수영 소장


 성인병과 과체중도 내 몸에 공감해주면서 나아져
 권소장은 자녀 가운데 공부를 좋아하는 첫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자 고교를 그만두게 하고, 미국으로 보냈다. 자기만의 강점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서였다고 한다.
 그는 비교하고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삶을 격투기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삶은 활쏘기라고 한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 감정이나 강점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여유와 숨을 되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자신의 몸으로 확인한 바 있다. 그는 2004년 교수로 임용된 뒤 일중독자로 살면서 과체중에 고혈압등 온갖 성인병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2010년 명상이 생활화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8개월간 안식년을 보내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마음챙김명상을 하는듯한 피트니스 코치는 ‘왜 한국인들은 극기훈련하듯이 운동을 하고,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면서 티브이를 보느냐’고 했다. 무리하지말고 아침저녁으로 15분씩만 하라며 질리지않게 습관을 들이는게 중요하다며 몸과 대화를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 몸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하고, 아름다운 몸을 상상하며 내 영혼에 발동이 걸렸다.”
 그 뒤 하루도 빼지않고 운동을 지속해 체중은 15킬로그램이 빠졌고, 고혈압약도 8년째 끊었다고 한다. 그는 “내 몸과의 공감이 나를 살렸듯이 그 곰감이야말로 나와 타인을 동시에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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