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도 않고 허물만 보이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과 평생 같이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끔찍하죠? 우리는 나 자신과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합니다. 자신과 맺은 관계가 관계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을 어떻게 보고 대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사람과 세상을 보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으면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자신과 맺은 관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을 혐오하는 관계입니다. 자신을 과소평가해서 싫어하기 때문에 남도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해합니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화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시하지 않는데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화를 냅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못난 점이 들킬까 봐 겁이 납니다.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이런 사람은 칭찬해주고 에고를 키워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에고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에고를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사회의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자신을 가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못났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낙오자로 결론을 내립니다. 누구나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본성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이 나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관계입니다. 재산이 많거나 지식이 많거나 학벌이 높거나 지위나 권력, 명성이 있는 사람은 오만하고 자기 가치를 과대평가합니다. 자신이 특별하고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족에 빠져서 독선적인 태도로 잘난 척하며, 자신이 우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하찮게 여깁니다. 그런데 오만함을 자신감이나 자부심으로 착각해서 허물인 줄도 모릅니다. 오만의 대치법은 존중심, 존경심입니다. 모든 존재를 신성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죠. 달라이라마 존자님은 누구를 만나든 자신보다 더 나은 자질을 찾아내서 존경을 표한다고 합니다. 좋은 자질은 무한한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라서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습니다. 나도 잘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무관심한 관계입니다. 자신을 방치하거나 포기하고 돌보지 않습니다. 성장할 생각이나 의욕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도 없고 좋은 관계를 맺고자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나를 위해 요리도 하고 운동이나 여가를 즐기며 자신을 돌봐주세요. 자신을 위한 배려는 사치가 아니라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는 자존감이 낮았는데 지금은 높은 것 같습니다. ‘용수’란 허상에 대한 집착과 관심이 지나칩니다. 구체화해서 딱딱한 아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는 참본성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무한한 자비, 무한한 지혜, 무한한 능력이 우리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물질의 존재가 아니라 영성의 존재입니다. 참본성을 알면 오만하지도 열등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