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고난후 지인들간의 대화중 한사람이 벌컥 화를 냈습니다. “그 사장은 죽어마땅해. 어떻게 사람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코를 싸맬수가 있는거야”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는 고개를 갸웃하는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사람들의 느낌이 다 같은 것이 아니구나’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사회학적관점에서 보면 빈부격차 문제 계층문제를 다룬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것과는 달리 보고나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분들이 적지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코를 싸매는 사장을 보면서 왜 화가 난다고 하는것인가? 반면 어떤분들은 운전기사가 선을 넘는다고 은근히 괘씸해 합니다. 이런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은 자신의 처지를 투사했기 때문입니다. 사장에 대해 화를 낸 사람들은 자신의 지금 처지가 반지하 신세란 것을 입증하는것이고 사장의 입장을 옹호하는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지상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는사람들이란 것입니다.그런데 영화를 보는내내 아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만든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자체가 너무 단순하게 사회를 삼등분으로 묘사해서 그런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의 성격상 부자인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을 만나면서 제가 알던 사회가 기생충에서 묘사한 사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했습니다. 지상에 사는 부자들은 다 똑같이 여유롭고 살만한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보게 된 부자들의 삶은 그리 여유있지도 똑같지도 않았습니다. 우선 지상에 사는사람들이 더 계층의식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상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상족이 아니었던것입니다. 지상위에 더 높은 곳에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곳에 사는사람들이 수두룩하여서 지상에 사는데 마음은 반지하에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마음의 여유로움도 그리 많아 보이질 않았습니다. 돈을 뜯으러 오는사람들, 사기치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으로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마치 지하에 사는사람처럼 사는사람들도 적지않았습니다.
재산으로 계층을 나누고 행복여부를 가늠 하는 것은 어쩌면 반지하에 사는사람들이 하는 구분법이란 생각- 마음의 행복으로 따진다면 심리적 지상인과 반지하인 지하인은 외면상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지도 모른다는것입니다. 다시 냄새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람들은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살아 갑니다. 외국인들을 만나다보면 민족마다 가진 특유의 냄새를 맡게 되는데, 이런 냄새는 같은 한국인들간에서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냄새가 계층을 구분하는데 사용되기도 하는 것인데 좋은 냄새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만 역한 냄새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우리는 은근히 냄새에 신경을 쓰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수많은 화장품 향수들이 만들어지는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피상적인 구분은 자칫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질 우려가 큽니다.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냄새나는 것들이라고 치부하고 무시하는 무식한짓을 할수 있다는것입니다.
» 프란치스코 성인의 임종을 그린 그림
우리교회에서는 그런 피상적인 냄새말고 영적인 냄새에 대하여 오랫동안 강조를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도를 많이 하는사람들에게서는 장미향이 나지만 죄를 많이 짓고 사는사람들에게서는 아무리 향수를 뿌리고 치장을 하여도 역한 냄새 죄악의 냄새가 난다고 경고하여왔던것입니다. 심지어 평생을 선행한 사람들의 시신에서는 부패한 냄새는커녕 향내가 난다고 하여서 주검을 잘 모시는 신앙풍습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신앙인이 아닌 사람들이 보면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돈으로 자신의 냄새를 만들고 가난한 냄새를 역겨워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썩은 냄새를 제거하려면 내적인 향 내적인 냄새를 강조하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전직대통령들이 말을 할때마다 구린내가 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의 삶이 그러하였기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오지에서 평생을 봉사하신 분들에게서 향내가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삶이 그야말로 천사와 같은 삶이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