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무식도 살아가는데 불편함 없는 세상
“나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28).”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해서 예수님이 해설하시는 거 보니까 복음이란 게 사실은 아주 단순한 물건입니다. 이건 무슨 뜻이고 저건 무슨 뜻이다! 그런 우리는 괜히 복잡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좀 단순하게 묵상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도 아주 단순하네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1) 자신을 버리고: 뭘 버릴 것인가를 알면 되고
2) 제 십자가를 지고: 무엇이 나의 십자가인지를 알면 되고
3) 나를 따라야 한다: 왜 따라야 하는지를 알면 되겠습니다.
톨스토이의 문학적 신학적 사회 비평적 영감(靈感)들은 아주 단순하게 사유하는데서 왔던 것 같습니다. 시골생활의 좋은 점을 여러 가지 말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일자무식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생활’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영화 <집으로> 중에서
시골에서는 영어를 몰라도 되고 심지어 한글을 몰라도 이웃이 다 읽어 줍니다. 불편함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젊은 날 최소 16년 이상을 공부하고 대학 가야 하는 건지, 전국민이 대학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돈을 버는 것, 권력을 갖는 것, 명예를 갖는 것, 그런 걸 성취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공부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성취하려는 이유와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돈벌 필요가 없고 다른 일을 해야지요. 부자지간에 모두 돈만 벌어서 뭐하게요? 삼성 현대 보세요.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왜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가? 왜 예술가가 되려고 하는가? 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있어야 합니다.
*고시공부하는 사람들. 한겨레 자료사진
입시생에게 왜 법대를 지원하느냐? 물으니 고시를 하려고... 라고 대답합니다. 고시란 공무원 입문 과정이니까 무엇을 하고 싶은 과정이지요, 법을 전공하려는 목적을 물었는데 과정을 대답하고 있다니, 이따위 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고시에 합격한들 어디에 쓸 것인고 참 암담합니다. 그건 인생이 아닙니다.
톨스토이에 의하면 공부를 하는 목적은 일자무식도 살아가는데 불편함 없게 하는 것이 됩니다. 법을 전공하는 이유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억울한 일 당하지 않고 정의의 혜택을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너무 멋있지 않아요?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은 돈 없는 사람, 능력없는 사람도 밥은 굶지 않게 하고 돈 없어서 학교 못가는 일 없게 하려는 것이다!
권력을 얻으려는 목적은 권력이 없는 약자가 권력의 보호를 받게 하려는데 있다! 이겁니다. 이정도는 되어야죠. 우리는 이런 말을 삼성 재벌에게서나 대통령들들에게서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법이건 돈이건 공부건 능력을 목적을 헛것에 두었던 것이 바로 예수를 만나기 전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입신출세만을 위한 잘 먹고 잘 살고 성공 신화를 얻으려는 이런 의식이 바로 내가 사는 이유였으니 무상하고 허무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세상 속에서 내가 추구해온 내 자신이었다는 겁니다.
이제 단순하게 정리합니다. 그래서
1) ‘자신을 버리고’는 그런 이기적 의식의 목적성을 버리라. 즉 내가 가진 자격증으로 잘먹고 지배하고 부귀영화 누리고 호강하며 살고자 했던 목표를 버리라는 겁니다.
2) ‘제 십자가를 지고’는 자신이 고통 속에서 인내하고 쌓았던 것들이니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니 버릴 이유는 없다. 하느니 나라를 위해 사용하면 되니까! 그래서 제자로 살아가는데도 짊어지고 가는 이유입니다.
3) ‘나를 따라야 한다’는 이제 모든 능력에 대해서 그 목적성을 새롭게 하라는 겁니다.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짊어지고 세상을 위해 헌신하자! 그런 겁니다.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자기를 버리면 되고 자기 모든 것을 잘 챙겨야 되고 그것을 세상을 향해 내어놓고 헌신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 마을에는 모기가 겨우 10일 정도 있었는데 벌써 두 달째 모기가 덤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 (2013.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