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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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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싶은것만 듣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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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차들이 반대방향에서 계속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몇 번이나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부딪칠 뻔했지만 간신히 충돌을 피하고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남자가 전화를 받으니 아내가 집에서 거는 전화였다. 아내는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방금. 티브이 뉴스를 봤는데요. 당신이 가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웬 미친 사람 한 사람이 도로를 거꾸로 달리고 있대요. 당신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남자도 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친 놈 하나가 도로를 거꾸로 달리고 있다고? 아니, 지금 미친놈이 한두 놈이 아니야. 위험하니까 얼른 끊어!"

 

미디어의 종류가 많아지고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어떤 것이 참인지 어떤 것이 거짓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인지하게 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견해나 주장에 위배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맞게 왜곡해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단 한 번 결정을 내리고 나면 좀처럼 바꾸려고 들지 않습니다. 이 확증편향은 자신이 이미 경험한 것이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가짜 뉴스를 듣게 되고 일단 그것을 믿게 되면 다음에 오는 상반된 바른 정보에 대해 오히려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특정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한 사람들은 오히려 공영방송의 뉴스를 가짜로 여기고 거부하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확증편향이 심화되는 것은 과거에 지불해서 되찾을 수 없게 된 매몰비용’(sunk cost)이 커지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과거의 결정을 계속 밀고 나가려고 들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확증편향이 가장 강화되고 집약된 형태가 종교집단입니다. 엄밀한 의미로 보면 신앙은 확증편향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의 행태는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한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확증편향이 정치적인 확증편향과 결합할 때는 죽음을 불사한 막무가내로 행동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사회통합에 일조해야 할 종교가 사회를 편가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확증편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아는 것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질 때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고 모든 것들이 거꾸로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면 오히려 자신이 제대로 달리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병든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병들어 보입니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평가하면 세상의 것들이 뒤집혀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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