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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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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마리아에 더 매달리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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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남부 쳉스토호바라는 도시의 바오로 수도원에서는 ‘블랙 마돈나’(검은 성모마리아)를 모시고 있다. 4세기 예루살렘에서 헝가리를 거쳐 이곳에 모신 성화를 보기 위해 해마다 순례객 500만명이 온다. 아침 6시마다 성화를 가린 가림막을 걷어내고 미사를 봉헌한다. 지난달 23일 한국가톨릭주교회의 순례단과 함께 그곳에 들어서니, 이미 500여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들은 성화가 나타나자 성호를 그으며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정작 그 옆 본 성당의 공식 미사엔 수십명이 참여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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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의 얼굴엔 칼자국 두개가 선명하다. 루터에 앞서 종교개혁 서막을 연 얀 후스의 파문과 처형에 반발한 종교개혁가들이 가톨릭 상징인 이 성화를 내동댕이치고 칼로 그어 생긴 자국이다. 문 쪽엔 블랙 마돈나의 치유 은사를 입기 위해 찾은 장애인들이 걸어놓은 목발 수백개가 있다. 1978년 비이탈리아 출신으로서 455년 만에 교황에 뽑힌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가 어렵게 방문 허락을 받아 1979년 고국인 이곳에서 미사를 올릴 때 폴란드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도 이 블랙 마돈나 신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었다. “폴란드인의 심장은 성모님의 심장과 함께 뛰고 있습니다.” 그 이듬해 폴란드엔 연대자유노조가 결성돼 동구 공산권 붕괴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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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마리아는 한국 가톨릭에도 특별하다. 성모마리아는 요셉과 함께 수호성인이다. 대부분의 성당 마당에 성모마리아 상이 모셔져, 그 앞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 목사 중엔 가톨릭을 ‘성모마리아를 모시는 종교’라고 헐뜯으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한국 가톨릭은 성모마리아를 공경을 넘어 하느님과 동일시하거나 여신으로 숭배하려는 행위를 경계한다. 전남 나주 윤율리아와 추종자들이 기적의 성모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교회법 파괴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구대교구 성모당, 청주교구 감곡 매괴 성모 순례지, 수원교구 남양 성모성지 등 성모 순례지를 지정하며 신앙심 고취에 성모 신심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염수정 추기경은 13일엔 포르투갈의 파티마에서 성모 발현 기념 미사를 손수 집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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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 신심이 한국 가톨릭에서만 유난스러운 건 아니다. 유럽의 중세 성당들을 가보면, 과연 이 성당의 주인은 예수그리스도일까, 성모마리아일까 분간하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아우구스티노회의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수도원 성당과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도, 체코의 쿠트나호라 대성당,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도 성모마리아가 왕관을 쓰거나, 예수그리스도보다 상단에 있는 성화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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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마리아는 신의 시대라는 중세 교회에서보다 오히려 근대에 부각됐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계몽사상, 진화론,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신은 죽었다’는 18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성모마리아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잇따랐다. 교황청은 곳곳에 성모 발현지를 공식 인정하기 시작했다. 블랙 마돈나가 있는 스페인의 몬세라트 수도원, 성모마리아가 나타났다는 기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루르드도 가볼 기회가 있었다. 유럽의 유명 성당들은 신자들보다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는 데 반해 이곳엔 지극한 신심의 행렬이 이어졌다. 과학 문명은 오직 인과의 법칙만 있을 뿐 기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거대 행렬을 이룬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인간들은 너그러워 용서해줄 것 같고, 안아줄 것 같은 성모마리아를 고대한다. 힘들 때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그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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