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진행될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명상 프로그램
오는 14~17일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2019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린다. 2013년부터 열린 이 전시회엔 7만여명이 운집한다. 한해 동안 이곳에서 열리는 세텍의 3대 행사 중 하나에 꼽힐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행사다.
■ 명상하는 사회적기업
박람회 실무는 마인드디자인이라는 조그만 사회적기업이 맡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 인근 두산위브파빌리온 914호. 좁은 오피스텔에서 박람회를 코앞에 두고 직원 11명이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안에도 ‘비움’이 있다. 온전히 비워둔 한 방에 둘러앉은 직원들이 명상가이자 불교박람회 연출감독인 김영수(48)씨의 리드로 명상에 잠긴다. 옛 선인들이 전원의 한가함 속에서 즐기는 고요가 아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좁은 오피스텔에서 잠시 틈을 내, 눈을 감고 분주함 속에서 부글대는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마인드디자인은 회의 시작과 끝에 잠시 종을 치고 명상을 한다. 이뿐이 아니다. 선승들의 동안거와 하안거를 본떠 직원들이 ‘깨달음의 장’이나 행복수업협동조합 명상 등 자기가 원하는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련비를 보조해준다. 명상은 명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상대의 말을 천천히 잘 듣고, 잘 설명하기 △1회용품 안 쓰기 △시간 약속 잘 지키기 △종이 아껴쓰기 등 생활 속 4계의 실천을 이어간다.
»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김영수 연출감독의 리드로 명상을 하는 마인드디자인 직원들
» 마인드디자인 김민지 대표
10년 된 사회적기업 마인드디자인의 김민지(35) 대표는 대학 때까지도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이들의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자신도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접한 정토회의 ‘깨달음의 장’과 ‘선재수련’을 통해 명상과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많은 변화를 체험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불교박람회를 준비하면서도 ’명상’을 주제로 삼을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처음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때부터 도움을 주었던 김영수 연출감독이 여러 차례 불교박람회에서 제대로 명상을 다뤄보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전시가 아닌 정신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명상’이 주무대에 올라설 때가 됐다고 여겨 올해는 ‘명상’을 주무대로 끌어냈다.
» 16일 진행될 마음챙김 자기연민명상(MSC) 프로그램
■ 명상체험의 장
불교박람회의 올해 주제는 ‘명상, 매 순간을 느끼는 습관’이다. ‘전시 박람회’에서 ‘(명상)하는 박람회’로 대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힐링이 강조되는 명상보다 견성 해탈을 위한 참선을 중시하는 불교계에서 ‘명상’을 주제로 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박람회 주최자가 조계종이어서 그런 분위기가 적지 않았지만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도 “탈종교화시대 명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서양의 이야기고, 한국에도 통할까라는 우려가 기우라는 게 티켓을 판매하면서 곧 드러났다. 박람회에서 △죽음에 관한 명상(BWD·15일) △·16일)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17일) 세가지 프로그램이 ‘강연+워크숍+특강+토론’ 등으로 진행되는데, 이 중 16, 17일 프로그램이 조기 마감된 것이다.
이들 명상콘퍼런스엔 김정숙 아시아행복연구원 대표와 앤서니 백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 교수, 류재환 경희대 한방병원 동서협진실장,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서광 스님과 부원장 효림 스님, 캐런 블루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정신의학부 교수, 안희영 한국MBSR연구소장, 후진메이 중국MBSR 대표, 전현수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보리수선원장 붓다락키타 스님,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등 국내외 명상 관련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김영수 박람회 연출감독은 “과도한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힘들고, 공황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에 시연되는 것들은 서구에서 과학과 의학적인 효과가 입증된 명상 프로그램들인 만큼 병원이나 약물에 의존하기에 앞서 좀 더 쉽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명상가들이 강연하거나 진행하는 무대가 따로 마련된다. 인경 스님이 ‘간화선과 명상 어떻게 서로 다른가’ 강연을, 변택주 작가가 ‘10대들과 불교를 이야기하는 법’ 북콘서트를, 마가 스님이 ‘그래도 괜찮아’란 자비명상을, 혜장 스님이 ‘어린이 명상교육 어떻게 할까’로 북콘서트를, 정율 스님이 명상노래를,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붓다가 가르친 명상, 구차제정 선법’을, 원정혜 박사가 요가명상을 이끌고, 골굴사의 선무도 무술 시범도 야외에서 펼쳐진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 봉은사와 요가센터 등 61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11~17일 ‘릴렉스 위크’로 정해 봉은사에서 행복수업협동조합 혜봉 이사장이 진행하는 명상수련을 비롯해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센터를 찾아 명상을 해볼 수 있도록 61개 장소를 안내해준다.
■불교박람회
이번 박람회엔 331개 업체에서 488개 부스를 마련했다. 박람회 입장료는 5천원이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무대에서 진행하는 명상북콘서트와 명상음악연주회, 명상춤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사찰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고, 천연염색, 한복, 방석, 종, 풍경, 죽비, 찻잔 등도 구입하고, 전시물도 구경할 수 있다. 전시는 건축, 공예, 식품, 의복, 문화산업 등을 망라한다. 김민지 대표는 “신청 업체 중에서도 직접 물품을 제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업체 30여곳은 탈락시켜 박람회 수준을 높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모두 3관으로 꾸며진다. 1관 ‘수행의 기쁨’에선 명상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소개된다. 한국 불교계의 명상 앱인 마음챙김 앱도 인공지능과 결합한 멘털케어 사례를 제시한다. 또 의복, 건축, 공예 등의 불교산업 콘텐츠들이 선보인다. 2관 ‘예술의 기쁨’에선 붓다아트페스티벌이 열려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괘불을 포함한 불화, 불상, 단청 등이 전시된다. 3관 ‘일상의 기쁨’에선 바쁜 일과를 마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명상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큐레이션’전이 열린다.
<불교신문>과 함께 박람회를 주관하는 <불광미디어>의 류지호 대표는 “한해로 끝나지 않고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 박람회가 명상문화 확대의 분기점이 될 것을 기대했다. http://www.bexp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