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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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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자유, 상대성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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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책을 낸 뒤 공동체 전도사로 불리면서, 한편으로 괴리를 느낀다. 내 개인을 생각해볼 때, 공동체적이라기보다는 히키코모리 같은 구석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장기 휴가 때면 줄곧 히말라야를 가이드나 포터도 없이 홀로 가거나 섬으로 떠나곤 했다. 사람들은 혼자 다니면 외롭지않느냐고 묻는다. 내 답은 외로워서 혼자 떠나고, 외로워지기 위해서 혼자 가는 것이라고 했다. 홀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매시간 인터넷과 에스엔에스에 목을 맨다면 그것은 홀로 하는 여행이 아니다. 그 금단의 고통을 딛고 혼자 걷기를 고행처럼 마주하다보면, 처절하게 외로워지고 그곳에서 아인쉬타인 같은 상대성의 원리를 깨닫게 된다. 이 세상은 모든 게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공동체는 안전한 대신 구속이 따르고, 홀가분한 혼삶과 자유엔 외로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2020년을 앞두고 대중들의 심리와 욕구를 탐구한 책들이 쏟아져나온다. <2020 트렌드 모니터>가 분석한 2020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외로움이다. 지난해 통계청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비중이 29.3%. 대도시는 거의 세가구 중 하나는 혼삶 가구다. 혼삶은 가속화하고 있다. 부부나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가구라고 하더라도 갈수록 바빠지고, 집에 함께 있더라도 가족들끼리 대화보다는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와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온가족이 밥상에 함께 앉기도 어려운 시대다.  

 

 자본주의는 수평적인 연대를 파괴한다. 서로 경쟁해 동료 친구들간의 적대감을 부추기고, 욕망 추구의 대열에서 탈락한자는 소외되고, 성취하는 자들로 에너지의 소진과 피로감에 힘들어한다. 그래서 소외된 자들은 외로워서, 성취한자들은 뽐내려 에스엔에스에 접속한다. 결국 스마트폰이 천하를 통일했다.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이란 신과 수직적 관계에 집중하는 사이 인간은 에스엔에스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모래알이 되고있다

 

싸움-.jpg» 혼자 살자니 외롭고, 함께 살자니 괴로운 현대인들의 딜레마


 #인간은 접촉 대신 접속하고 있다. 수백만년 동안 포유류로서 종족들과 자연을 접촉해온 행동방식이 줄고, ‘접촉이 사리진 결핍감을 채우러 끊임없이 고개를 쳐박고 인터넷 접속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접촉의 디엔에이가 내장된 인간은 접속으로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다. <2020 트렌드 모니터>도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를 통해 항상 타인과 연결되어있다고 믿는 Z세대가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욕구에 대한 결핍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결핍감과 외로움이야말로 자본주의 기업들의 가장 좋은 먹이감이다. 이미 혼밥, 혼술, 혼핑, 혼행 등의 일코노미 마케팅이 성황이고, 금융도 홀로의 불안을 부추겨 보험·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정글의 사자가 일차적으로 목표물로 삼는 것은 얼룩말이나 누, 암팔라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동물이다.

 

  #우리는 외로움 때문에 자유를 포기하거나,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안전지대를 포기하고 정글이나 사막에 살기도 어렵다. 그러나 자유롭게 혼자 살자니 너무 외롭고, 인간들과 함께 살자니 너무 괴롭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딜레마다. 그래서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 연구소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0>의 부제는 느슨한 연대. 지금은 부담스러운 결혼 제도를 외면하는 대신 동거나 코하우징, 셰어하우스, 살롱 모임과 커뮤니티들이 늘고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라도 인간을 만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인간은 인간을 떠나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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