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표정이 우울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자식 때문에 고민이 많은 엄마였습니다. 아이가 제멋대로 굴고 심지어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는데 집안의 귀한자식이라고 집안어른들이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어린시절부터 천주교 신자는 절대로 입에 험한 말 상스런 말을 담아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라서 욕도 제대로 못하고, 감정 표현이 힘들다고 합니다.
이분에게 제 경험담을 알려줬습니다. 몇해전 재개발지역내 성당에서 사목을 할 때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안에 분노가 쌓여가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까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일본인 사회심리학자인 모리교수가 길을 가면서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 욕을 하며 중얼거린다는 글을 읽고 흉내를 내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장소가 마땅치않았습니다. 길거리를 가면서 하려니 신부가 돌았다고 소문이 날것같고 또 하필 동네에 노숙자들이 들어와서 중얼거리고 다니는 판에 신부가 이에 가세했다고 하면 안될것같아서 아무도 없을 때 성당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재개발로 동네가 초토화되어서 치안이 안좋은지라 아침미사를 전부 낮시간대로 옮겨서 아침에는 동네도 성당도 한적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그 다음날 아침부터 실행했습니다. 성당복도를 왔다갔다 하면서, 힘없는 노인들 집을 강제로 철거한 재개발 관련자들의 욕을 시작했습니다.그렇게 한지 일주일쯤 되자 속이 좀 풀리며 식욕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달후 할머니 몇분이 문잠긴 성당앞에 계셨습니다. ‘미사도 없는데 웬일이냐’고 묻자 할머니 한분이 “본당신부님께서 성당문제 잘 해결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는 소문이 나서 함께 기도하려고 왔다”고 했습니다. 일단 문을 열어줬더니 할머니는 맨앞줄에 가셔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찌해야 하나 하다가 하던 걸 멈출수는 없어서 손에 묵주를 들고 잘게 잘게 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후 할머니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본당신부님이 기도를 많이 하시더니 드디어 방언을 하신다는. 자매님도 그렇게 욕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마음안에 쌓인 것은 풀고살아야 합니다. 한가지 더 알려드리면 개들이 화풀이 하는 것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가 주인에게 야단을 맞고나면 어떤 행동을 보이나요. 자기 주인의 신발을 자근자근 씹어서 너덜너덜하게 만듭니다. 화풀이를 주인의 물건에 하는 것인데 인간들이 본받을만합니다. 사람을 때리는것보다 물건에 화풀이 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방법입니다.
나를 열받게 한사람의 물건에 화풀이 하는 것이 좋고 , 물건이 없으면 사진에, 사진이 없으면 그림을 그려서, 그림 그리기가 힘들면 상상하면서 허공에 주먹을 휘둘러도 효과가 있습니다. 권장할만한 것은 베게에 화풀이 하는것입니다. 아예 화풀이용 베게를 하나 만들어서 화가 날때면 베게를 패대기 치거나 밟거나 손에 쥐고 야단을 쳐도 효과가 잇습니다. 오래전 궁중에서는 인형에 바늘을 꽂아서 화풀이를 했다고 하는데 섬뜩한 방법이라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장 무난한 것이 베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