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분노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화가 난다는 것은 좌절을 많이 겪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고 해서 화를 조절하지못하고 마구 내다보면, 자기를 더 좌절 시키는 삶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어느 날 식빵을 사러 동네의 작은 빵집에 갔다. 소위 이름난 빵집들도 있었지만, 집에서 좀더 먼 그 집을 선택했던 이유는, 맛의 별 차이가 없다면, 자영업을 하는 소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선의에서 였다. 거리를 오가다 그 집을 보면, 젊은 부부가 직접 빵을 만들고 운영을 시작했는데 개점을 한 지 몇 개월이 되었지만 별로 손님들이 없고, 한산해 보여서 은근히 마음이 쓰였다. 빵을 골라서 계산대에 놓는다고 한 것이 계산 대 바로 옆의 자리에 놓게 되었다. 나로선 자리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젊은 주인은 짜증스런 목소리로 ‘계산대에 빵을 놓아야죠! ’ 하며 핀잔을 주듯 말했다. 기분이 나빴다. 가게 운영도 안되고 삶의 좌절이 많은가 보다 싶었다. 그 분의 상태를 보니 이런 저런 맘을 나누기엔 너무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렇죠! 제가 잘 못 놓았네요!. 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그 남성이 참 안됐다고 느껴졌지만 다시 그 집에 가고싶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면서 까지 돕고 싶지는 않았다. 남에게 선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을 보호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화는 어린아이다‘ 고 했다. 화라는 감정의 근원에는 삶에서 좌절된 욕구들이 있다. 그래서 화가 날수록 자기를 잘 돌보고 달래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나라도 나를 잘 돌보아야 한다. 나를 잘 돌보지 않고, 화를 남에게 터뜨리면, 소중한 관계들을 해칠 뿐이다. 그러다 몸 건강도 해치게 된다. 그래서 화가 나면 그 화를 밖으로 투사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내면을 보아야 한다. 자기가 무엇에 좌절이 되었는지 살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은 돌보아 주어야 한다. 마음을 돌보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알아차려 수용하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소중한 관계를 지키며, 힘을 내 부조리한 세상을 견딜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늘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가 자기를 대하던 태도를 내면화 한다. 부모가 했던 거부와 방치, 강요나 엄격한 태도 등을 무의식적으로 자기나 타인에게 그대로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늘 비난을 하고 화를 많이 내던 엄마가 두려워서, 맞추기만 하고 살았던 한 여성은 엄마의 태도를 몹시 싫어 했는데, 본인 또한 자기 아이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좌절을 주는 그런 부정적인 태도들을 인식하고 바꾸는 것이 치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