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코로나로 집에 북적대다보니

$
0
0


114-.jpg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롭다’는 사실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실감하게 해준다. 모임이 줄고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혼삶은 더욱 외로워진다. 반대로 아이들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가족들은 ‘함께하는 게 이 정도로 괴로운 것일 줄 몰랐다’는 푸념이 늘고 있다. 가족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함께하다 보면 이렇게 소통이 안될까 하며 답답해하기 십상이다.


 남녀 차이도 적지 않다. 한집에 사는 부부, 오누이라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행동을 지향하지만, 여자는 교류를 지향하는 경향이 크다. 남자는 규칙에 따르려고 하고, 여자는 연결을 맺으려고 한다. 남자는 보고, 여자는 만진다. 남자는 개인주의를 지향하고, 여자는 관계를 지향한다. 가령 오누이가 소꿉장난을 할 때 오빠가 “우리 해적놀이 하자”고 말한다. 그럼 여동생은 “우리 서로 이웃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고 사이좋게 놀자”고 하면 오빠는 “싫어, 나는 해적놀이 하고 싶어!”라고 한다. 그러면 여동생이 말한다. “좋아, 그럼 오빠가 이웃집에 사는 해적이라고 하고 놀자.” 이런 남녀의 특성 차이는 미국의 여성주의자이자 심리학자인 캐럴 길리건의 분석이다.


112-.jpg


 통상 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이들은 이런 남녀나 성격 차이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대화나 공감, 경청법도 배워 이해의 폭을 넓혀가지만, 가족들 간엔 ‘준비 없이’ 실전에 돌입하기에 이처럼 밀접한 삶이 오히려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요즘 학교와 학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엄마들이 화를 자주 낸다. 그중에서도 우리 엄마가 가장 심한 것 같다. 엄마가 자주 괴물로 변한다. 그래서 내 삶이 많이 괴롭다.” 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괴수 그림을 그려놓고 쓴 그림일기장이 한 에스엔에스에 회자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렀다. 한 엄마는 “맞다”면서 “우리 집은 남편까지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괴물이 된 지 오래다”라고 고백했다. 다른 엄마는 “얼마나 먹어대는지 밥 먹고 치우자마자 또 밥을 해대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111.jpg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은 아니다. 수년간 ‘너 없이는 못살 것’처럼 연애하던 청춘남녀가 신혼여행을 가 24시간 붙어 지낸 지 며칠 만에 남남으로 귀국하기도 하고, ‘인생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모처럼 마음먹고 부부끼리 떠난 해외여행에서 한 침대에서 자며 아웅다웅하다가 돌아올 때쯤엔 ‘내가 다시 당신과 둘이 해외여행을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이들도 없지 않으니 말이다.


113-.jpg


 지난 주말 한강공원에 나가보니, 봄바람을 쐬러 온 행락객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런데 평상시에 많던 가족단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대부분 연인이나 친구끼리다. 길리건의 분석이 무색하게도 아내와 엄마들의 접촉과 관계 욕구가 반대로 지겨움으로 변한 탓일까.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회사원들은 ‘언제나 이 격무와 회식에서 벗어나 집에서 편하게 낮잠을 자볼까’를 갈망하고, 주부들은 ‘학교와 학원만 돌아다니는 아이들 불쌍해서 어쩌나’라고 혀를 차고, 허구한 날 야근이고, 회식이라며 늦게 들어오는 배우자를 구박하며 “우리 식구들은 언제나 오붓하게 둘러앉아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느냐”고 목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생계를 위해 한푼이라도 벌어야 할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지만, 많은 회사원과 주부들에겐 지금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가격리와 ‘집콕’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달린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도 간절히 바라던 꿈이기도 했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