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스님 인터뷰
마가 스님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그러나 이 아픔을 더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하는 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아픔을 아픈이들의 치유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마가(53) 스님은 후자다. 불교계 힐링의 대표 주자 중 한명으로 <알고보면 괜찮은>(불광출판사)이란 힐링서적을 펴낸 그를 12일 만났다. 그는 동그란 얼굴로 활짝 웃는 부처가 그려진 명함을 건네준다. ‘내가 먼저 웃을 때, 세상도 웃는다’면서.
“아내가 먼저 웃지 않는다고 타박하고, 회사 동료들이 먼저 웃어라고, 세상 사람들이 웃어달라고 요구하지요. 그러나 내가 먼저 웃을 때 그들도 웃어줍니다.”
그러면서 그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아픔을 회고했다. 마가 스님은 자신이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다른 여자와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로 인해 온가족이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든 채 살았다. 교회에 다니던 그는 목사가 되려했으나 아버지가 이마저 방해하자 아버지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 위해 자살을 결심했다.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앨범을 모두 불태우고 광주에서 멀고 먼 강원도 오대산 산속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3일만에 월정사 승려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절집과 인연을을 맺은 그는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만난 청화 스님으로부터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냐?”는 한마디를 듣고 가슴 속에 깊숙히 감춰두었던 부친에 대한 증오심이 되살아났다. 이후 달포 가량 청화 스님 곁에서 수행하는데 갑자기 “아버지 감사합니다”란 말이 터져 나왔다. 지옥이 극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후 그는 마음속의 미움과 아픔을 치유하는 자비명상과 템플스테이 전도사가 됐다. (사)자비명상 대표와 한국마음치유협회 회장을 맡고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이기도 한 그의 대학 강좌인‘내 마음 바로 보기’는 조기 마감되는 인기 수업이다.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섬이 어딘지 아세요? ‘그래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딥니까? ‘그래도’에 자주 갈수록 행복해집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가봐야 하는 절이 있습니다. ‘우여곡절’입니다. 우리는 모두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는 “미운 사람이라고 욕을 하면 욕할 수록 상대는 점점 원치않는 쪽으로 가게 마련이어서 영원히 죄업에서 나오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어야 한다”고 했다.
“연꽃은 진흙탕에 살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구정물을 탓하지않고 제 할일을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주위 탓만 하는 사람은 늘 엑스트라가 됩니다. 그러나 ‘그래도’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지금 이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됩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살지 못하는 게 망상이고, 지금 이 순간에 고요히 머물고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이자 지혜로운 삶”이라고 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