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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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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 물든 스님에 대한 신도 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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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취임식-.jpg

제34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취임법회  사진 <한겨레> 자료




조계종단이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 임명을 두고 다시 소란스럽다. 이 사찰을 종단 직영 사찰로 전환하면서 분란이 인 지 3년밖에 안 된 시점이다. 직영화로 봉은사의 주지는 총무원장이 임명하게 되었고, 이번에 총무원장은 올해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신의 총무원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표를 몰아주었다는 이유로 돈과 권력으로 유명한 특정 스님이 추천한 인물을 봉은사 주지로 임명했다. 많은 신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봉은사를 종단 직영 사찰로 만들었던 것이 이렇게 하기 위함이었던가.


 이번 사태는 그동안 시끄럽던 현 총무원장과 주변 스님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해준다. 결사본부를 앞세워 선전하던 자정과 쇄신이 흐지부지된 것은 그렇다 치고, 또 총무원장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몇 번이고 말을 바꾸면서까지 이번 총무원장 선거가 연임으로 막을 내린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선거의 흐름 속에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상대방이 내려놓지 않으니 나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또 자신의 여러 문제점을 비판하는 소리에 대해 앞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게 되면 더욱 지적당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분노,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에 드러난 것과 같이 세몰이 뒷거래를 통해 총무원장을 연임했다. 더욱이 출가자이자 한 종단의 대표가 될 이의 이런 모습을 나름대로 쇄신을 말하는 주변 스님들이 당연하게 인정한 것은 슬프기까지 하다.


 스님들의 도박판이나 술판이라면 요즘 청와대에서 유행시킨 개인 일탈 행위라는 말로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상황은 권력을 위한 종단 내부세력 간의 연대와 논공행상의 자리 나눠먹기라는 점에서 총무원 스스로 개인과 집단의 욕망이 교차하는 세속 집단임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돈과 권력은 무한 경쟁과 개인 욕망 만족이 미덕이 되어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가장 힘을 발휘하는 것들이니, 출가자들도 인간이고 종단도 우리 사회 속의 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자신 스스로가 모양만 출가수행자요, 내면은 돈과 권력에 눈멀었다고 자백하고 있는데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다만, 여기서 진정한 문제는 재가신도들이다. 비록 일부이겠지만 무소유를 말하면서 출가한 이들이 몇십억원의 돈을 쓸 수 있고, 권력 유지를 위해 벼슬 나눠먹듯이 주지직을 팔아먹는 스님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로 말미암음인지 그 인과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사판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도 아닌 스님들의 이런 모습은 결국 재가신도들이 만든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사람의 존귀나 비천은 신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업이라는 것도 의도를 지닌 행위의 결과일 뿐이다. 외형(상·相)은 아름다운 출가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에 걸맞은 행위가 없거나 오히려 그런 외형을 빌미로 삼아 더욱 돈과 권력에 집착한다면 과연 사표로서 존경할 수 있을 것인가.


 외형이 아닌, 행위를 보라는 가르침을 기억한다면 재가신도들이 스님들의 일이라면서 스님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눈감고 귀 막는 행위야말로 그토록 멀리하라는, 상에 찌든 모습일 뿐이다. 여법한 스님들을 존경하고 봉양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자 공덕이 되겠지만, 이토록 돈과 권력에 물든 스님들을 공양하고 받드는 것은 악을 조장하고 부정과 비리에 동참하는 눈먼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승속을 떠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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