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총회 입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주교회의 정평위)가 11일 정기총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은 종교계와 사회 각계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보다는 이념적 잣대로 왜곡하고 호도해왔다”고 ‘종북몰이’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올 한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 축소 시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매우 위중한 사안임을 다시 한 번 공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한국 가톨릭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주교회의에서 주로 정치·사회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다. 정기총회는 1년에 한번 열린다. 이 기구는 이날 전국 정평위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전국 15개 교구 정평위원장 등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결론을 모았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불법 선거개입에 대한)해명과 조처는 국가의 내일을 걱정하는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요 의무요 발로였다. 물론 종교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신중하고도 적절한 품위를 지녀야 한다. 다양한 의견은 건강한 민주사회를 담보하는 필수적 요소다. 모든 국민은 권리와 의무에 기초한 정당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런 의견과 비판을 단순히 ‘국론 분열과 갈등 조장’으로 인식하는 일각의 이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또 프란치소코 교황의 첫 교황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을 들어“사회적 의견에 대한 ‘종북’ 폄훼와 함께 성직자를 비롯한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편협한 이해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정교 분리의 원칙’을 거론하며 교회의 현실 참여에 대한 일각의 과도한 우려는 교회의 가르침을 매우 폐쇄적이고 협의적으로 이해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참정권을 지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복음화’라는 교회 본연의 가르침에 헌신해야 하는 존재이다. 약자와 빈자,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야함은 신앙인의 당연한 의무다”고 주장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이와함께 밀양송전탑 건설로 인해 약자들이 희생되는 것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국책사업 선정과정에 있어서 갈등을 최소화할 공정한 사회 공론화기구 설치를 정부에 제안키로 하고, 핵발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주교회의 정평위는 15개 교구에서 모금한 5천700여만원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등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정평위의 한 관계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닌 주교회의 공식기구인 정평위 차원에선 정부 여당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위의 결의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은폐축소는 유야무야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데 공감했기에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각 교구별로 노력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