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일생을 좌지우지할 종교,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
0
0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 - 종교 선택의 신중함을

 

여러 해 전에 한국 분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모나코 몬테칼로에 들렀다. 모두 호기심으로 몇 푼 씩 걸고 도박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 일행 몇 십 명 중에 토론토에서 온 ‘박재수’라는 분만 재수 좋게 한 100프랑 따고 나머지는 작은 돈이지만 모두 허망하게 날려버리고 말았다.

 

파스칼편집.jpg

*파스칼

 

일행 모두와 함께 버스에 올라 도박 천국을 떠나면서 파스칼(Blaise Pascal, 1623-62)이 도박에 관해 설파한 유명한 이야기가 생각나 즉석에서 도박에 대한 미니 강의를 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수학자 겸 철학자인 파스칼은 그의 책 '팡세'에서(418/233)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도저히 이론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 못되므로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어차피 일종의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도박을 할 경우 신이 존재한다는 쪽에다 밑천을 거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신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걸었다가 설령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드라도 우리로선 그렇게 큰 밑천 들인 것이 아니므로 결국 밑져야 본전인 셈인데, 반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쪽에 걸었다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 땐 완전히 망할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신이 존재한다고 하는 쪽에 거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이른바 그의 유명한 ‘도박 논증(wager argument)’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신이 자기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그렇게 중요한 일로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문제 되는 것은 350년 전에 살았던 파스칼은 오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직접 볼 수 없었기에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 주위를 보라. 함부로 하느님이 있다고 믿고 아무 종교에나 기웃대다가 파리 끈끈이 같은 종교에 빠져 ‘몸도, 마음도, 돈도, 시간도, 가정도, 정성도’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사이비편집.png

*영화 <사이비> 중에서

 

미국의 어느 사회평론가는 예수 잘못 믿었다가 입을 수 있는 피해 중 가장 심각 한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권리’를 몰수당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의 삶에서 종교는 그지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 종교나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텍사스 웨이코(Waco)에서 임박한 예수의 재림을 외치는 데이빗 코레쉬의 가르침에 빠져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던 예수의 재림도 보지 못하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요 얼마 전에는 우간다에서 교인 천여 명이 자기들의 종교 때문에 자살하거나 타살되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휴거니 뭐니 하면서 곧 세상이 끝난다고 믿고 따르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이런 것은 극단의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종교에 함부로 빠져 들어가 멀쩡하던 사람이 열성파 신도가 되어 자기 믿는 것처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죄인 취급하면서 내려 본다든가, 더욱이 목사다 장로다 하면서 목이 뻣뻣해진다든가, 서울역이나 전철 안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친다든가, 함부로 도끼를 들고 단군상의 목을 자른다든가, 돌아다니면서 절에서 땅밟기를 한다든가 불상을 허물고 절간을 불태운다든가, 그러면서도 스스로 의로운 일을 감행하는 하느님의 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라. 가정이나 사회, 특히 이민 사회가 종교 때문에 풍비박산 되는 경우는 또 어떤가?

 

속담에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良禽擇木)”고 했다. '장자'라는 책에 보면 원추(鵷鶵)라는 새가 있었다고 한다.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았다”고 한다.(17:17) 새 같은 미물도, 그것도 몇 초 동안, 길어 봐야 하룻밤 앉았다가 버리고 갈 나뭇가지를, 그렇게 가려서 앉는다는데, 우리 인간이, 그것도 우리의 삶을 일생토록 좌지우지할 종교 선택의 문제를 놓고 그렇게 섣불리 베팅할 것이 못 된다는 것--곰곰이 생각해 볼 일임에 틀림없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