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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이 찬송가를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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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법륜 스님의 하루>

2013.12.24. 성탄절 교회 방문 및 천도교 인일기념식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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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절 전야입니다. 스님께서는 그동안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종

교인 모임을 통해 오랫동안 함께 교류해 온 이웃 종교 지도자분들의 성탄 예배에 참석하시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 일찍 평화재단에서 2번의 미팅을 가진 후 오전 11시부터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인일 기념식에 참석하셨습니다. 오늘 행사가 열리는 중앙대교당에 스님께서 들어서자 박남수 교령님을 비롯한 많은 천도교 관계자분들이 스님과 악수를 청하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천도교에서는 오늘이 의암 손병희 선생께서 1897년 12월24일 해월 최시형 신사로부터 도통을 이어받으신지 116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뜻 깊은 날을 맞이하여 천도교에서는 스님께 ‘3.1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자’는 주제로 기념 강연을 요청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런 요청에 응하셔서 기념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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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의 손병희 선생님을 모시고 불교계를 대표해 3.1독립선언을 하신 백용성 스님이 바로 저의 3대 스승님이십니다. 또 백용성 스님의 스승님인 혜월 대선사는 최제우 대신사께서 은거하신 덕밀암 은적당을 제공하신 분입니다. 저는 어릴 때 ‘최제우 선생님의 뜻을 받아서 살아라’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고등학교 때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습니다.

 

수운 대신사께서 경주에서 포덕하시다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남원으로 오셨고 남원  교령산성 덕밀암에서 혜월 대선사의 도움을 받아 은거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 유교와 불교와 도교 삼도에 대한 많은 대담을 하셨습니다. 특히 불교는 마음을 닦지만 세상에 대한 뜻을 펴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음에 비해서 수운 대신사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할 큰 포부를 갖고 계셨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35대로 계승하신 중국의 마조 도일 선사가 하신 말씀 중에, 제자가 묻기를 “부처가 뭡니까”하고 물었더니 “심즉시불, 마음이 곧 부처니라”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이 심즉시불이 동학의 핵심사상인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고 하는 인내천 사상과 일맥상통 합니다. 이런 교류가 있은 후 동학의 많은 핵심 사상들이 이곳 덕밀암 은적당에서 집필 되었습니다. 수운 대신사는 경주에서 포덕을 하시다가 순교를 하시게 되고, 혜월 대선사는 수운 대신사를 숨겨준 죄로 승적이 박탈되고 덕밀암 박을 나가지 못하는 유배형이 내려졌습니다.

 

용성 조사님은 혜월 대선사를 모시고 출가하여 수행을 했습니다. 1918년에 들어와서 독립의 기운이 일어날 때 천도교에서는 단독으로 독립선언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세를 보면 천도교가 10이라면 기독교와 불교는 1도 채 안 되는 작은 교세였습니다. 천도교 입장에서는 굳이 작은 세력과 함께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용성 조사께서 의암 성사를 찾아가서 과거 수운 대신사와 혜월 대선사의 인연을 얘기했습니다. 용성 조사께서 “나라를 되찾으려면 비록 작지만 천도주교와 불교, 기독교의 삼교가 연대해서 독립선언을 해야 국민을 통합할 수가 있다.”고 하자 의암 성사께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셔서 다른 종교도 함께 참여하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이렇게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큰 뜻을 내신 분이 의암 성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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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 교령님을 뵙게 된 인연을 생각해보면 이 인연이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용성 스님의 법을 계승하신 분이 저의 스승이신 불심 도문 스님이시고, 저는 용성 스님의 탄생지인 죽림정사의 주지를 맡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나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혜월 대선사와 수운 대신사는 조선조 말기에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고 밀려오는 서학에 대비해서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보국 안민’에 뜻을 모았다면, 그 제자들이신 용성 조사님과 의암 성사는 나라를 빼앗기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서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이제 그 뜻을 계승한 우리들은 분단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고 헤어진 핏줄을 다시 잇는 ‘민족 통일’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런 데서 이제 다시 우리가 힘을 합쳐야 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을 뵙게 된 것도, 또 교령님께서 죽림정사를 방문해 3.1독립운동 기념식에서 강연을 해주신 것도, 단순한 종교 교류 같지만 과거역사를 보면 필연입니다. 그러므로 통일운동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닌가합니다.

 

동학 혁명과 3.1운동의 위대함을 단순히 기념만 할 것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고 기념해야 하지만,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스승들이 그 당시 했던 것처럼, 그 분들이 지금 이 자리에 계신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는 일을 함께 하셨을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꿈꿨던 평등한 세상 그리고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국가 이런 것들을 함께 꿈꾸지 않으셨겠는가.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독립이 시대적 과제였고, 조선 말에는 민중의 해방이 시대적 과제였다면,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는 민족의 통일이 아니겠는가. 그처럼우리가 통일 국가를 이룰 때 만이 과거 100년의 상처도 치유되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 100년의 좋은 출발점도 될 것입니다. 

 

분단된 상태에서는 어떤 답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남한은 미일 동맹 체제의 하위 변수로, 북한은 중국의 하위변수로 전락해서 미중의 세력 충돌이 남북 간의 갈등으로 재현되는 희망 없는 100년을 우리는 또 보내야 합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북이 빠르게 협력하고 통일을 해서 미국도 존중하면서 중국과 협력하는, 자주적 입장에서 미중의 세력균형을 잡는, 한반도의 통일이 동아시아의 평화도 가져오는, 이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은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1000년 만에 도래한 기회입니다. 그동안 강대국의 변방에서 이제는 오히려 강대국간의 세력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천도교의 과거 역사를 볼 때 하나의 종교로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역할만 했다면 천도교가 빛나지 않았을 겁니다. 천도교는 고통 받는 민중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도를 닦는 역할도 했지만, 처음 대신사님께서 창도하실 때부터 동학혁명, 3.1운동처럼 나라와 국민들의 희망을 만들어냄으로 천도교는 빛이 났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이 천도교의 부흥을 꿈꾼다면 이 민족의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는 천도교의 부흥은 쉽지가 않습니다. 천도교의 비전을 위해서도 또 이 민족이 갖고 있는 희망을 위해서도 우리가 함께 힘을 합해서 통일의 문을 열고 나갔으면 합니다. 

통일은 우리 기성세대가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선물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오히려 이 통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통일을 하려면 북한에 대한 좀 더 큰 열린 마음의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당장 굶어죽는 사람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통일의 방법은 없습니다. 통일은 국제정세의 변화국면에서 대한민국을 한번 더 도약하게 하는 어쩌면 유일한 출구일지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큰 마음을 내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교령님께서 갖고 계신 큰 뜻이 여러분들과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도 옆에서 작은 힘이지만 돕겠습니다.”

 

박남수 천도교 교령님은 스님의 기념 강연을 듣고 “오늘 스님이 해주신 말씀은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꼭 듣고 싶어 했던 내용이었습니다” 며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강연 후에는 천도교 관계자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셨고, 평화재단으로 들어오는 길에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잠깐 집무를 보시다가 저녁6시30분 무렵 성탄 축하의 밤 행사가 열리는 경동교회로 향하셨습니다.

저녁7시30분에 경동교회에 도착한 스님께서는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님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성탄 전야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먼저 예배에 앞서 성탄 축하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유치부, 어린이부, 중고등부의 공연에 이어 서울지역 각 구역별로 찬송가 경연대회가 릴레이로 계속 되었습니다. 정토회에서도 50여명의 신도님들이 함께 자리해서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했습니다.

 

찬송가 경연대회가 끝나고 스님께서는 박종화 목사님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성탄절 축하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경동교회 교인들 모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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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구역별로 이렇게 찬송하는 것을 들으니까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재미가 있으니까 다들 절에 안 오고 교회에 가는가 봐요.(청중 웃음) 절에 오면 바닦에 앉으니까 다리가 저리고 염불만 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절에 잘 안 오는가 봐요.

 

박종화 목사님과 저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기도도 하면서 항상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대 때부터 강원룡 목사님이 하시는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농민교육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서 강원룡 목사님을 사회적으로 큰 스승님으로 모시고 배움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경동교회는 저한테는 특별히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오늘 성가대 공연을 들으니까 제가 어릴 때 시골교회에서 배운 찬송가가 생각납니다. 노래가 그 때 배운 거랑 많이 다르네요. 제가 한번 불러 볼까요?”

스님께서는 어릴 때 배운 찬송가를 즉석에서 불러 주셨습니다. 교인 분들 모두 큰 박수로 환호하면서 스님께서 부르시는 찬송가를 박수 치며 함께 들었습니다. 스님의 찬송가가 염불가락조라 덕분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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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목사님의 설교도 듣고 성서 봉독도 함께 하시다가 밤 10시30분 무렵 경동 교회를 빠져나와 갈릴리 교회로 향하셨습니다.

 

갈릴리 교회에 도착하자 인명진 목사님이 반갑게 스님을 맞이 해 주셨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일찍 도착했는데, 교회 측에서 맛있는 다과를 정성스럽게 차려 주셔서 담소를 나누며 예배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찍 온 이인영 국회의원, 길정우 국회의원 등 몇몇 분들과 담소를 나누시다가 밤12시 정각이 되어 성탄 축하 예배에 들어가셨습니다. 늦은 밤이지만 정토회에서도 30여명의 신도님들이 함께 참석해 주었습니다.

 

인명진 목사님의 성탄 축하 설교가 있은 후 목사님의 요청으로 스님께서 성탄 축하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제주도 강정 마을 주민들의 아픔이 너무 크고, 밀양에서도 마을노인 분들이 갑자기 날벼락 맞듯이 한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일이라는 것은 서로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고요. 그러나 서로 합의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힘 약한 사람들이 원한 속에서 죽어만 갈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저희 종교인들의 힘이 너무 미약함을 느낍니다. 오늘 예수님 오신 기쁜 날, 이렇게 기운이 떨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가. 이런 저희들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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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이 세상에 어떤 이유로 오셨나요? 또 예수님은 어떤 목적으로 이 세상에 오셨나요? 우리가 그 분들을 따른다는 것은 그 분들의 삶을 본받아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종교인들은 그분들의 희생을 내세워서 보상만 바라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다만 그분들의 삶을 칭송하기만 하고 우리는 그냥 덕만 보는 데에 좀 급급한 것 아닌가.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보다는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부활의 새로운 희망이 생겼듯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다시 부활의 희망과 힘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마음을 모으고 사회를 좀 더 화합시키고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오늘 어떻게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어려운 시기에 부활의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축하 인사를 마친 후, 그동안 갈릴리교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오고 우리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인명진 목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꽃다발을 선물로 전해드렸습니다. 인명진 목사님은 올해로 담임 목사직을 은퇴하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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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목사님은 스님께 꽃다발을 선물 받으시고는 “목사가 은퇴하는데 스님이 꽃다발을 선물하는 건 세계 교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라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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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과 스님이 이렇게 함께 교류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처님과 예수님도 동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꾸만 극한의 대립과 갈등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오늘 스님께서 보여주신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귀감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많은 정치인들도 이런 스님과 목사님의 화합을 많이 본받아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갈릴리교회 예배가 모두 끝나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새벽 2시 무렵 정토회관으로 들어오셔서 집무를 더 보셨습니다.

내일은 오전 11시에 쑥고개 성당에서 열리는 성탄절 미사에 참석하십니다. 저녁에는 김제동 토크콘서트에 참석하십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오늘 이야기는 희망플래너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이 글은 정토회(jungto.org)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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