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시각으로 본 그리스도교
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
오강남 지음
현암사·1만5000원
한국은 지구촌의 대표적인 다종교국가다. 인도가 다종교국가라고 하지만, 힌두교:이슬람:기타 종교 비율이 8:1:1 정도로 기울기가 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독교(개신교+가톨릭)와 불교 비율이 엇비슷하고, 민족종교와 유교, 무교 등이 문화와 관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한 가정이나 한 학교, 한 직장, 한 모임에서도 다른 종교인들과 만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다른 종교를 알지 못한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정서와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신앙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를 이해하긴 어렵다. 그런 가운데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입만 열고 귀는 닫아 서로를 벽창호라며 비난하기 바쁘다. 이때 종교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고 사랑하고 화해하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증오와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는 구실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자기가 그토록 애착하는 선량한 종교를 이웃종교인들로부터 마치 ‘악의 종교’로 비치게 하고야 마는 것이다. 개신교와 이웃종교와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나라에선 같은 그리스도교로 여겨지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서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를 보면, 이런 실상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종교학의 창시자 막스 뮐러가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한 말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오강남은 북미 여러 대학과 서울대 객원교수, 북미한인종교학회 회장, 미국종교학회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이자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이다.
그는 어려서 청년기까지 근본주의적이고 배타적인 개신교 신앙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북미 유학 이후 이력이 말해주듯 다양한 종교와 경전과 역사를 공부하며 그리스도교를 객관적으로 보고, 더 깊게 보았다. 1차원적 안목을 떠난 그의 넓고 깊은 시각으로 본 그리스도교가 이 한권에 펼쳐져 있다.
저자가 말하듯 문자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한국 개신교 주류의 근본주의적 신앙은 유럽에선 찾아보기 어렵고, 미국에서도 주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미국의 신학대학들이 한국 유학생들이 아니면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몰려가지만, 유럽이나 북미의 주류 그리스도인들과 말이 안 통하는 이유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다양한 종파와 신학의 흐름이 잘 정리된 이 책만 제대로 숙지하더라도 ‘우물 안 개구리’란 비난은 능히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개신교나 가톨릭 등 그리스도인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웃종교에 대해 무조건적인 폄하의 성향을 내보이는 건 근본주의적 개신교인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그리스도교는 서양 2천년 문명사의 주역이다. 그런데도 그리스도교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은 건 한국 불교의 큰 병폐다. 불교인들에게도 더 폭넓은 시각을 갖출 수 있게 할 만한 책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