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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짜라고"되뇌며 열등감 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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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즐기는 지금이 바로 최고의 순간”혜민 스님, 14일 태릉선수촌 ‘치유콘서트’

 

2014.1.15 <법보신문> 김규보 기자  |  kkb0202@beopbo.com

 

 

“승리에 대한 집착보다 현재에 집중” 강조
“‘우짜라고’ 되뇌며 열등감 직시” 주문도
 국가대표 선수 300여명에게 ‘힐링’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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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멘토'혜민 스님은 1월14일 태릉선수촌에서 300여명의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마음치유 콘서트를 진행했다.

 

잘 생긴 스님이 양 볼에 동그랗게 말아 쥔 손을 대며 앙증맞게 말했다. “뿌잉뿌잉.”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선수들은 처음에는 피식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서로를 쳐다보며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1월14일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 주최로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치유 콘서트'에서였다. 잡념을 잊고 현재에 머무르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을 따라하는 선수들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 2월8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이날 참석한 300여명의 선수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던 고민과 번뇌를 잠시 내려놓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혜민 스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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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참석자들은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부담감을 잠시 내려 놓았다.

 

“박찬호 선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스님, 승리에 대한 집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공에 힘이 들어가요. 그러면 결과도 좋지 못하더라고요, 이렇게요. 박찬호 선수가 마운드에서 느낀 감정을 여러분들도 이해하시겠죠? 누구나 그런 부담감에 시달리다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홈런을 치고 못 치고는 투수가 컨트롤 할 수 없어요. 반면에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가 컨트롤 할 수 있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님의 명쾌한 말들은 태극마크의 육중한 무게감을 온몸으로 지탱해온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다. 스님은 현재에 머무르게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웃음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여섯 번의 큰 심호흡을 한 스님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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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민 스님은 현재에 머무르게 만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웃음'을 강조했다.
 

“지금 망상이 있나요? 생각이 있습니까? 숨을 크게 들이쉬었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느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느낌을 그저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순간에 마음이 현재에 와 있게 됩니다. 하지만 숨 쉴 시간조차 없이 바쁘다면? 웃어보세요. 웃음은 과거에 끄달리는 자신을 지금 바로 이 순간으로 이끌어오게 합니다.”

 

역경에 대처하는 자세와 열등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성장은 한계를 넘어설 때만 가능하며, 따라서 고난과 역경은 삶에 있어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라는 것. 특히 스님은 열등감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을 주문했다. “작은 키가 불만”이라고 밝힌 스님은 그것이 열등감이 될 때마다, ‘그래서, 우짜라고’를 되뇐다고 말했다.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열등감을 커다란 문젯거리로 발전시키게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그래서, 우짜라고’를 되뇌며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짜라고”를 따라하는 선수들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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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민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스님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당부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추신수 선수가 어느 날 문자를 보냈어요. 한국에서는 최선을 다하라는 말만 들었지만 미국의 코치들은 ‘경기를 즐기라’고 한데요. 연습은 실전을 치르듯 긴장해서 하고 실전은 연습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라는 것이죠. 연습할 때보다 더 나은 실력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결국 실전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연습할 때 끌어올린 실력만큼만 실전에서 발휘되기를 바라며 훈련에 임한다면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날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스타 심석희 선수는 “오늘 혜민 스님의 콘서트를 통해 걱정과 부담으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보신문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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