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가 싫어요~
2014년 02월 04일 <당당뉴스> 강만원mw1440@naver.com
솔직히 말하자! 교회에서 평신도에게 성경을 가르치지 않아서 평신도가 성경을 모르는 우매한 교인이 된 것이 아니다. 이리 말하면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잔뜩 늘어놓은 교회들은 마치 자신들은 교인들에게 충실하게 성경을 가르친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사실, 웬만한 규모의 교회들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정성스레 반을 편성해서 성경공부를 가르친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으라고 다그친다. 성경을 제대로 알아야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운찬 독려와 함께...
그러나, 교회에서 개설한 성경강좌를 듣고나서 신앙이 성숙 또는 성장했다는 신앙고백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애써 성경공부를 하고나도 매일반이니까 교인들은 점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수천 명의 교인들이 있는 교회에서 개별 성경강좌에 자진해서 등록하는 교인수는 기껏해야 너댓 명에 지나지 않는다.
교인들이 점점 세속화돼서 말씀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교인들은 ‘말씀’에 갈급해서 어떡하면 ‘좋은 말씀’, 아니 ‘성경적인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다.
많은 교인들이 이단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교회는 그들을 비방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이단에 빠졌다며 “원래 영적인 문제가 있는 교인이다”라고 함부러 매도하지 말고, 그들의 영적 갈급함을 해갈시킬 수 있는 진실한 성경교육이 필요하다.
이단에 빠진 교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원래 영적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말씀을 제대로 알고싶어 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적잖다. 교회가 성경을 가르치지 않아서 교인들이 성경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잘못 가르치기 때문에 성경을 제대로 모르거나 잘못 알고있는 것이다.
교회에 다닌지 20년이 넘었다는 어떤 자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제가 다녔던 교회마다 성경공부가 있었고, 빠짐없이 들었지만 교회마다 내용도 별반 차이가 없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교회에서는 애써 성경을 가르쳤는데 정작 듣는 교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회에서 실력있는(?) 목사들을 동원해서 성경강좌를 열었는데 교인들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하나다!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면서 순전한 ‘주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목사에게 복종하는 종교적 규범과 교리를 가르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씀을 제대로 가르쳐서 그리스도인을 양육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다루기 편하고 교회에서 쓰기에 유익한(?) 종교인들을 양성하려 들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목회자도 아니며, 신학자도 아니다. 교리가 필요할망정 교리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 성경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신학이 중요할망정 위대한 신학자의 이론에 탐닉하기 위해서 성경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른 신앙을 위해서 '말씀'을 알고 싶은 것이며, 말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의 진정한 가르침을 따르고 싶은 것이다. 요컨대 주의 말씀은 종교나 신학의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돼야 한다.
요즘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을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인들 마저 내쫓는 모양새다. 종교적 교리나 신학적 이론으로 교인들을 얽매려 하거나 개별교회의 사사로운 주장들로 세뇌하려 들지말고, ‘말씀’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계명을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
강만원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성경강의 및 출판.
성균관 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의 저자이며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 단순한 열정,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신이 된 예수, 루나의 예언,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예수의 역사와 신성 외 다수의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아르케 처치'에서 성경강의 및 번역,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