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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과 법륜스님의 갈등해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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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코리아 순례단의 경주 순례길

도법·법륜 스님, "적은 다툼 넘어 더 큰가치를 드러내 보자"


제주 출발해 부산-울산-경남 거쳐 경북 경주 걷는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원효의 고장 경주에서 도법 스님과 법륜 스님이 원효의 화쟁 사상을 통해 제시한 우리 사회 갈등 해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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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과 법륜 스님이 25일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를 함께 걸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염원하며 지난 3월 3일 제주도에서 출발해 부산-경남-울산을 거쳐 온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과 함께 였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이자 순례단 단장인 도법 스님은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기위해 만나왔다. 2004년부터 5년간 전국을 걸을 탁발순례를 다닌데 이어 2008년엔 ‘운하반대, 생명의강을 모신 사람들’과 함께 100일간 4대강가를 걸었다. 법륜 스님은 전국을 돌며 현장에서 궁금증에 답하는 즉문즉설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종교인으로 꼽힌다. ‘원효의 고장’ 경주에서 만난 이들의 화두는 단연 원효의 ‘화쟁’(和爭)이었다. 

이들은 천년고찰인 불국사를 출발해 통일전-사천왕사지-선덕여왕릉-황룡사지-분황사에 이르는 15킬로미터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순례엔 전남 순천 사랑어린학교에서 교장인 김민해 목사와 학생 14명과 불국사 스님과 행자 등 7명을 비롯해 70여명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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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은 이날 순례의 출발지인 천년고찰 불국사의 원주실에서 시작됐다. 경주에서 자라 원효가 주석한 분황사에 출가한 바 있는 법륜 스님이 먼저 운을 뗐다. 원효가 스승 대안대사를 통해 진정한 깨달음에 이른 이야기였다. 원효는 대안대사를 만나기 전 이미 이름난 승려였다. 대안대사는 그를 부곡소라는 천민집단거주지로 데려간다. 그곳 주막집에 데려간 대안대사는 주모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한다. 그러자 원효는 놀란 나머지 기겁을 하고는 도망쳐버린다. 그러자 대안대사는 원효의 등 뒤에서 소리친다.


 “여기 마땅히 구제해야할 중생을 두고 어디로 가서 별도의 중생을 구제한단 말인가!”


수많은 종교와 사상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갈등과 반목은 끝나지않고 있다.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중생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법륜 스님의 말대로 여기 고통 속에 우는 이들이 있다. 도법 스님은 “좌우대립 동족상잔의 큰 고통을 겪은지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친북과 반북, 친미와 반미, 좌와 우, 개발과 보존, 자본과 노동,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으로 분열 대립이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우리나라 전국법원 소송건수는 2012년 한해에만 629만건으로 국민 8명 가운데 1명이 재판중. 이웃나라 일본보다 무려 6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300조원에 이를 정도라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갈라서 싸움의 주체가 되어있어. 분노 증오 불안 공포 원망 좌절 우리 삶을 황폐시키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둔채 어떻게 남북 문제와 통일을 기대하고, 소통과 행복을 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반목의 원인을 불교적으로 해석했다. 하나의 사물을 보고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한쪽편에 서서 보면 옳지만, 두쪽의 위에서 내려다보면 ‘서로 다른 두개의 견해가 있다’는 본질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부부가 서로 옳다며 다툴 경우, 남편이 원하는대로 할 수도 있고, 부인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고, 방을 따로 쓸 수도 있다”며 “산다는 것 자체가 자기 고집을 떠나 화쟁하고 타협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갈등 해법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가 주도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사례를 들며 “진실을 떠난 화쟁은 야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을 토대로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풀고 싶은데도 풀리지않은 현장의 답답함을 전했다. 그는 “갈등 해소와 타협의 역할을 정부나 국회가 해줘야하는데 이들이 갈등의 당사자들이 되고 있기에 종교지도자들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순례중 대마도에도 건너가 순례한 그는 한참 말을 멈춘 뒤 작정한 듯 소회를 밝혔다.

“친일 청산론이 강하다, 나아가 좌와 우도 서로를 청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되지않았어도 친일과 반일이 생겼을까. 그걸 청산론으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한가. 식민지로 인해 민족의 상처가 생겼는데, 그 근본 상처를 고쳐야지  상처를 계속 덧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 정도 고통을 받았으면 이제 좀 더 근원적인 것으로 접근해야 할 때가 아닌가. 부처님은 물싸움하는 당사자들에게 ‘물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고 물어 물보다 생명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우리도 양극단을 내려놓고 좀 더 큰 가치를 드러내야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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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은 매주 토요일은 하루 걸음을 멈추고 좌우의 갈등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지낸다. 망자들까지도 갈라놓고 제를 지내는 관행을 깨고 망자만이라도 함께 위로해주자는 설득을 거부한 쪽은 지금까지 우도 좌도 없었다. 거제에선 좌익집단학살 지역 위령제에 해방전우회와 월남참전용사회도 참여했다. 진주와 창원에서도 좌우익합동 위령제가 거행됐다. 3천여명의 좌익들이 묻힌 경산 코발트광산에서도 26일 좌우익 합동 위령제가 거행된다.  27일엔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에 들러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에 가 하룻밤을 묶는다. 한국전쟁 때 공산군으로부터 큰 고난을 당하고 남하해 설립된 이 수도원의 사제·수사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민족의 화해를 기도하면서.


경주/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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