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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동성애, 풀려난 바닷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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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의 아하!

금지된 동성애, 풀려난 바닷가재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최근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내면서 ‘사랑’에 대한 네 번째 뜻풀이로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했던 것을, 이번에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게 수정하게 된 것은 기독교계 등이 ‘어떤 상대’라고 했을 때 동성애도 사랑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만 사랑이라 해야 한다고 항의성 민원을 넣은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성애적 사랑은 사랑일 수 없고 이성애적 사랑만 사랑이라 못박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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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회원이 국립국어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근본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는 한국 기독교는 대체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가 ‘성경’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은 동성애가 윤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성애를 성경에 근거하여 반대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을 한 번 차분하게 가름해 보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경에 동성애를 금했기 때문에 동성애를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인용하는 성경 절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받드는 성경 레위기 18장 22절이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 새 번역에는 ‘망측한 짓’이라고 되어 있다. 이 말씀 때문에 동성애는 가증한 일, 망칙한 짓으로서, 성경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면 멀리해야 하는 죄악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레위기에 동성애뿐 아니라 그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던 많은 일들을 금지하고 이런 것들을 어기면 돌로 쳐죽이거나 기타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새우나 바닷가재, 오징어같이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해물을 먹는 것(11:10), 월경 중인 여자와 관계하는 것(15:19~24), 머리를 둥글게 깎거나 몸에 문신하는 것(19:27~28), 밭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거나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는 것(19:19), 등 굽은 이, 키 작은 이, 습진이나 버짐 등 신체의 결함을 가진 이가 제단에 가까이 하는 것(21:20)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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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오늘 그리스도인 중에 혼방으로 된 셔츠를 입거나 바닷가재를 먹으면서 성경에 나오는 이런 규정을 어기는 죄를 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동성애가 성경에서 금하는 규율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기타 모든 규율도 다 절대적인 명령으로 받들고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이다. 다른 조항들은 모두 무시하면서 그중 한 조항만 뽑아 그것만을 절대시하고 그것만 엄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별적 법적용’으로 불법적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각자의 소신에 따라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은 혼방으로 된 옷을 입고 바닷가재를 먹는 등 성경의 명령을 어기면서 동성애자만 성경을 어긴다고 정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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