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 -허백 명조 티끌 같은 일에 골몰하여 만사를 그르쳤네 되돌아보매 삼십이 년은 잘못된 것뿐, 서쪽 정원의 비바람은 밤이 되어 급한데 도리는 말이 없고 봄 저 홀로 가고 있네 *골몰(汨沒) : 떠 흘러가다, 시류에 따라 변해가다. *도리(桃李) :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해설 티끌 같은 일에 골몰하여……산다는 것이 티끌 같은 일에 골몰하여 10원을 깍기도 하고, 지네가 나오는 방이 무서워 이사 갈까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에게 갈까 근심하는 그런 짓이라면, 비바람에 쫓기는 봄꽃 속에 서서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그 근원을 꿰뚫겠다. 그리하여 티끌 전체가 티끌 이상의 것이 되기까지 응시하겠다. 그리하여 응결된 그 티끌 이상의 것을 가지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이 세상 깊숙이 뛰어들겠다. 그리하여 허세도 부리고 사기도 치고 이따금은 미친 짓도 하겠다. 술을 잔뜩 퍼마시고 길 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도 걸고 군침을 흘리기도 하겠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두 사는 이치 아닌가. 이러다가 결국 사라져갈 우리가 아닌가. 지금도 창밖에는 바람이 분다. 꼭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진다. <선시>(석지현 엮고 옮김, 현암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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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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