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남기고 싶니?

김인숙 수녀의 【또래 멘토】

3. 문신, 하고 싶니?

센터에 입소한 소녀들 몸에는 크고 작은 문신이 거의 있다. 예전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어느 날 식당에서 도우미 봉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무조건 불렀다.  “여기 문신한 친구들 있으면 잠깐 모여 볼래요?” 말이 끝나자마자 하던 일을 놓고 내 쪽으로 몰려 왔다. 정말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그들을 의자에 앉게 하고 아래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보자고 했다.

 - 문신을 하게 된 동기 
 - 어디서 어떻게 했는가. 구체적으로
 - 문신의 종류, 모양과 글씨는? 
 - 문신을 하는 신체 부분은?
 - 문신 때문에 경험한 일(좋은 것, 나쁜 것)
 - 다른 친구들이 문신을 하겠다면? 등등 

작은 얼굴에 까만 눈동자가 초롱초롱 귀여운 선주는 모인 아이들 중 가장 많은 문신이 있었다. 은주가 쓴 내용을 정리해 본다.

*문신한 여성. 한겨레 자료사진/이 글과 직접적 관계는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일단 그런 곳은 아는 언니, 오빠들이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했던 곳은 시장 안 4층 건물이다. 갈 때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가지만 청소년인 줄 다 안다. 서른 중반 정도 남자가 주인인데 몇 번 하러 가서 친해졌다.

안에는 당구 볼 때가 하나 있고 방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흡연실이다. 무허가 불법시술소라 인증검사도 안 한다. 먼저 인터넷과 사진을 보고 종류를 선택한다. 장미, 나비, 리본, 잉어, 여자 긴팔. 이거 할까? 선택한 긴팔 그림을 전사지에 뜨고 거기에 데오드란트를 묻힌 다음 오른쪽 팔에 완전히 감는다. 3~4분 후에 팔에 감은 전사지를 떼고 20분 정도 말린다. 침대에 누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네모난 기계와 연결된 쇠꼬챙이에 바늘 30개 정도가 뭉쳐 있다. 거기에 먹물 잉크를 찍어 문신 할 부분을 계속 쑤신다. 살타는 냄새. 꼭 오징어 구울 때 나는 냄새와 같다. 내 몸도 오징어처럼 꼬아진다. 긴팔 문신은 두 달에 걸려 했다. 살이 잘 아물지 않아 하루에 3시간 하고 4일 지나 다시 계속했다. 하고 나면 살이 땡땡 부어오른다. 끈적끈적한 약을 발라주는 데 옷에 달라붙어 벗을 때마다 안 떨어진다. 성이 나면 진물이 나고 살 속에 들어간 문신 잉크가 묻어 나온다.  

愼思篤行 (신사독행). 내 목 왼쪽 밖에 있는 한자 문신인데 그때 무섭게 부어올랐다. 목 주변 조직이 충격을 받아 많은 알갱이가 잡혔다. 두 달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약 먹고 연고 바르고 해서 낫긴 나았지만 지금도 그쪽에 손을 대면 아파서 깜짝 놀란다. 그 자리가 몸에서 중요한 부위인 줄 몰랐다.  문신이 또 있다. 허벅지에 장미,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별……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처음에는 집에서 내가 했다. 준비물은 바늘, 라이터. 먹물, 실, 휴지, 물, 수건, 종이컵, 나무젓가락이다. 바늘 끝에 종이컵에 담은 먹물을 찍어 원하는 부분 살을 콕콕 찌른다. 바늘 끝은 라이터로 반드시 뜨겁게 달궈서 한다. 독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바늘이 가늘고 길이도 짧으니까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젓가락 접혀진 사이에 바늘을 넣고 고무줄로 칭칭 감는다. 그래도 삐뚤삐뚤, 생각처럼 이쁘게 안 된다.

문신을 하고 나면 내 속에서부터 나오는 게 틀려진다. 태도가 달라진다. 나 이제 문신 있으니까 꿀릴 게 없어. 나를 세게 봐 주겠지? 친구들은 문신이 있고 나만 없을 때 들었던 소외감도 사라진다. 어른들도 만만하게 본다. 예전에는 수그리고 들어갔다면 문신한 후의 나는 으스대고 다니면서 무의식적으로 ‘나, 문신 있고 나, 센데 너네가 뭔데 그래?’ 부딪치기만 해도 욕을 한다. 
“담배 피우지 마라.”
“무슨 상관이야. 어쩔 건데?”
하면서 막 싸우는 거다.
여름이었다.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우리 패들이 담배를 피우며 떠들고 있는데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문을 꽝 열었다.
“밖에 누구야.”
그런데 그 아저씨 우리를 둘러보더니 그냥 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때는 아, 내가 문신이 있으니까 나에게 뭐라고 못하네. 하며 기분 좋아 으쓱 했다. 문신을 조금 더 하면 훨씬 더 으쓱할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과 싸움이 붙을 때면 문신이 많은 내가 앞장섰다. 그러면 내 문신을 보고 싸우기도 전에 아이들은 쫄아서 슬슬 갔다

현재 나는 여기 센터 생활에 꽤 익숙해져 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머리에 노란염색을 한 정희에게 선생님이 물었다. 노랑머리는 어느 나라사람들 머리색깔이냐고. 나는 속으로 아는 나라 이름을 떠올렸다. 미국, 영국, 프랑스………. 정희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웃기만 했다. 선생님 말이 이어졌다.  “그 사람들은 우리 따라 머리에 까만 염색 안 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노랑머리 하고 그러지? 자존심 상하게? 왜 닮으려고 할까. 한 번 생각해 봐.”   

나는 머리에 염색은 안 했다. 그러나 염색과 문신하는 심리는 비슷할 것 같다.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것보단 노랑머리 그들이 뭔가 있어 보인다는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 없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내 몸에 새긴 문신이 가장 효과를 내는 곳은 뒷골목. 그리고 일 년에 수입이 짭짤한 때는 세뱃돈 받는 설날 연휴 기간이다. 우리는 남자, 여자 같이 다니면서 저만치 앞에 가는 아이를 부른다. 혼자 가든 몇 명이든 상관없다.
“거기 김성태∼ 김성태∼.”
아무렇게나 불러 본 이름. 맞을 리 없다. 돌아보지 않으면 다시 크게
“야, 성태야∼∼.”
이러면 자기가 아니면서도 어정쩡하게 돌아보게 돼 있다. 그러면
“너, 일로 와봐.”  
“왜 그러는데요?”
“이것이 오라면 오는 거야.”
조용히 목소리로 깔아 누르고 친한 척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다.
“어, 어.”
잡힌 아이는 나 말고도 양쪽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소리도 못 지르고 무서워서 따라온다. 골목길 한적한 곳을 물색하여 아이를 벽 쪽에 붙이고 빙 둘러선다.
“가진 돈 있으면 다 내 놔봐.”
“없는데요.”
“없어? 이것이, 좀 말 할 때 들어.”
“…….”
나는 부러 옷소매를 걷어 올린다. 팔에 새긴 문신으로 겁을 주기 위해서.
“너 없다고 했지? 만약 우리가 너 주머니 뒤져서 백 원이 나오면 백대, 천원이 나오면 천대…… 아니, 십 원에 한 대씩이다. 너 만약에 오만 원 있으면 오천 대 맞아야 해. 어떡할래.”
이러면 기가 팍 죽고 더 버티지 못한다. 나는 나보다 더 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문신으로 겁주고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가끔 TV에서 경찰에게 붙잡힌 조직폭력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가슴, 목, 어깨, 팔, 등에 문신들이 있다. 징그럽고 오싹 간이 쫄아든다. 예전에 나에게 잡힌 아이들이 내 몸의 문신을 볼 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한다. 겁나고, 무섭고, 징그럽고…….

사랑의 낙인(烙印)을 발견하게 하소서

남민영 수녀

인간은 늘 무언가를 새기며 살아간다.
때론 사랑의 기억이
때론 잊고 싶은 상처가
마음 구석 어딘가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새긴다는 건
그 낙인이 내 존재의 일부가 됨을 각오하는 것
그 낙인으로 인해 내 존재가 변화됨을 각오하는 것
‘앞으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나는 예수님의 낙인을 내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이 기도가 되어 올려 진다.

주님!
무엇을 간직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몰라
혼란 속에 살아가며 방황하는 여린 젊은이들이 여기 있습니다.
두려움을, 외로움을, 아픔을 자기 몸에 새기며
또 한 번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이 영혼들을 보듬어 주소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외로움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희망을,
아픔을 치유하는 용서를,
이 젊은이들 마음에 새겨주소서.

진리(眞)에 대한 열정을
선함(善)에 대한 추구를
아름다움(美)에 대한 사랑을
영원에 대한 갈망을
이 젊은이들 마음에 이미 당신이 새겨 놓으셨으니
이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사랑의 낙인을 찾게 하시고
공허 속에 방황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