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이겨내는 명상 권하는 티베트 아남툽덴
미국 활동 티베트 수행자 아남 툽텐
21살때 히말라야 걸어서 넘어 망명
1992년 미국 정착해 불교명상 전해
상대 고통 가져오고 내 사랑 주는 것
“인과관계 규명해 재발 방지 관건”
“세월호 참사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타인으로서 연민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든 국민과 국가가 자신들과 같은 슬픔 속에서 자신들을 떠받치고 있다고 가족들이 느낄 때에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티베트불교 수행자 아남 툽텐(45)은 24일 그가 머무는 서울의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자타교환 관상법(自他交換 觀想法)’을 제안했다. 이 명상법은 ‘고통받는 타인의 영상을 떠올려 자신과 타인을 동일시해 그의 고통은 자신에게 가져오고, 자신의 자비와 지혜는 상대에게 주는 것’이다. 상대의 고통을 가져오는 대신 내 사랑을 채워주는 것이다.
지난 21일 방한한 그는 지난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린된 불교공동체 다르마타재단 대표다. 국내엔 <노 프라블럼>과 <알아차림의 기적>의 저서로 알려졌다.
‘당신이 건강하고 강인하고 평화롭기를.’, ‘당신의 내면에서 사랑과 지혜와 기쁨의 무한한 바다를 찾기를’ 티베트 불교 닝마파 수행자답게 고요한 눈빛을 지닌 그는 세월호 희생자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국민들에게도 이런 자애명상을 권유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명상을 하기 어렵고, 슬픔과 분노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지만 어느 단계에선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상은 전혀 괜찮지않은 상태의 사람들에게 가슴을 닫아둔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나 무감각하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도 사랑 속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우리가 충분히 사랑의 대기권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희생자 가족들은 분노가 다시 찾아오겠지만 그런 사랑과 명상이 분노와 우울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명상법은 그 자신이 도움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티베트 동쪽 암니 마친이란 유목민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닝마파의 은둔 수행자인 라마 추르로 곁에서 수행한 그는 21세 때인 1990년 걸어서 히말라야를 넘어 망명했다.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난 그는 명상 수행을 통해 집시처럼 이국을 떠또는 망명자의 삶을 ‘특별한 영적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네팔을 거쳐 인도로 갔다가 1992년 미국에 정착한 그는 서양인들에게 불교 명상을 전하는 만큼 나름대로 합리적 설득력을 중시한다.
“어떤 사건도 원인 없이 일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동떨어진 사건은 없습니다. 사건은 그 주변, 그리고 그 사회와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불교의 진리인 연기(緣起), 즉 ‘상호 의존성’입니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규명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가 지난 2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300여명의 청중들에게 ‘참회 명상’을 시킨 것도, 세월호 참사와 우리 모두가 연관이 되어있다는 불교적 진리에 따른 것이다.
그는 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해운대 시선원에서 강의를 하고, 26~30일엔 4박5일 동안 경북 문경 한산사에서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이름의 명상 수련을 이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