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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 복종은 유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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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재 교수는 “국민들이 세월호에 자기 자식이 갇힌 것처럼 슬퍼하고 있는 것은 느낌이 통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잃어버린 양지를 밝히고, 감통이 되어 공동체성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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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수의 방 학이사제(學而思). ‘배우고 생각하는 집’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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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수가 번역하거나 쓴 책들



우리의 아이들을 세월호와 함께 바닷 속에 묻은 뒤 한국인들의 마음도 함께 격랑 속에 있다. 한 서구 언론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격동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한국인들은 잃어버린 소울(영·靈)을 찾는중”이라고 했다. 과연 우리가 잃어버린 ‘소울’은 무엇일까. 동양철학자 정인재(73) 서강대 명예교수를 찾았다. 그가 아침에 나와 밤 9시반까지 홀로 공부하는 연구원 학이사제(學而思)다. ‘배우고 생각하는 집’이란 뜻의 이 작은 공부방도 세월호의 격랑 밖에 있지않다.


 “눈물이 나 텔레비전을 볼 수가 없다. 내가 뭘 가르쳤던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교육자로서 자괴감이  크다.”


 그는 ‘마음학’의 고수답게 자신의 마음부터 열어보였다.  타이완 중국문화대학에서 맹자의 마음학으로 박사학위를 맏은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중국철학의 필독서인 펑유란의 <간명한 중국철학사>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학자다. 그는 또  라오쓰광의 <중국철학사 1,2,3,4>도 번역했는데 이 책은 그를 양명학으로 안내한 통로가 되었다. 남송대의 주자(1130~1200)의 주자학보다 3백여년 뒤에 나온 명대의 유학자 왕양명(1472~1529)에 의해 나온 양명학은  ‘심학(心學·마음학)’으로 일컬어진다.


 양명학은 기준과 중심이 내 마음 안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내 마음 밖의 이치와 원칙이 중심인 주자학과 대비한다. 주자학을 출세를 위한 관학(官學)으로, 양명학을 민학(百學)으로도 구분하기도 한다. 양명학은 지행합일, 즉 아는 것만이 아니라 도덕적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명학은 주자학을 지배 이데올로기화한 조선시대 지배층에 의해 핍박을 받았다.  


 따라서 양명학자 하곡 정제두(1649~1736)는 퇴계, 율곡과 함께 조선시대 3대 학파를 형성했으면서도 거의 조명 받지못했다. 강화도에 자리를 잡은 하곡의 학맥은 근대 임시정부 대통령인 박은식(1859~1925), 독립운동가 정인보(1893~1950) 선생에게까지 이어졌다. 정 교수는 지난 2010년 하곡학연구원을 강화도에 개원하고, 최근 <양명학의 정신>이란 책을 냈다. 자신의 저서론 최초의 책이다.


 “맹자는 자기집 개나 닭을 잃어버리면 눈이 휘둥그래지며 찾으러나서는데, 자기 마음을 잊어버려도 찾을 줄을 모른다고 했다. ”


  우리는 세월호를 보면서 선주와 감독 공무원, 선장 등의 양심이 어디로 갔는지 찾지못해 치를 떨고 있다. 양명학은 ‘양지’(良知)를 찾는 학문이다. 양지란 우리가 통상 말하는 양심(良心)이나 유교의 천성이나 본성. 불교의 불성, 기독교의 영성과도 다르지않다.


   “자기만 살려는 행동은 본래 양지가 아니다. 살면서 형성되어은 습심(濕心)이다. 우리가 경쟁적으로 자기 욕망만 위해 달리다보니, 본래 가진 양지를 잃어버리고 후천적 습관에 의해 형성된 습심에 의해 행동하고 만 것이다.”


 우리가 겪은 것은 비양심만이 아니었다. 승선직과 승객들, 해경과 다른 정부 조직들, 정부와 유족들간의 불통에 답답했다. 

 “유교의 핵심은 남을 사랑하는 인(仁)이며, 인은 모든 인간안에 있는 생명의 씨앗이다. 생명이 탄생하고, 서로 기운이 통하는 것은 인간에게 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사지가 마비된 것을 ‘인이 없다’는 뜻의 ‘불인병’(不仁病)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불인병에 걸린 지 모르고 있다가 이번 참사를 겪고서야 자신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한줄기 빛줄기를 내놓았다.


 “양명학자인 독립운동가 정인보 선생은 ‘간격(間格·막힘)에 의해 죽고, 감통(感通·느낌이 통함)에 의해 산다’고 했다. 소통이 주로 언어가 통하는 것을 말하는데 비해 감통이란 감정이 통하고 마음이 통한 것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볼 때 그와 한마음으로 통해 구해주겠다고 물로 뛰어드는게 감통이다. 온 국민이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과 마음이 통해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고 있다. 감통이 된 것이다.”


 그는 “왕양명 선생이 모든 유기체는 다 하나라는 천지만물일체론을 내놓았는데, 이해타산과 욕심이 차면 일체임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세월호 사건은 마음으로 우리의 일체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한국현상학회와 해석학회의 고문이다. 수천년 전의 경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고수다. 공자의 유학은 ‘주나라의 예(禮)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윗사람과 조상에게 고개 숙이는게 예가 아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일상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예다. 극기복례란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려는 욕심을 누르고 공익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자기 욕심만 챙기려는 이들이 사회적 규칙을 무시함으로써 이런 참사가 빚어졌다’는 게 정교수의 진단이다. 유교의 요체로 알려진 삼강오륜에 대한 그의 해석도 남다르다.


 “유교의 본질은 오륜이다. 삼강은 변질된 것이다. 진시황이 통일제국을 이루면서 법가의 이론을 유학이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임금이 신하의 근본이라는 군위신강(君爲臣綱)같은 주종관계는 유학의 본질이 아니다. 군신유의(君臣有義)가 본질이다. 군신유의란 임금이라서 따르는게 아니라 옳은 것을 따르는 것이다. 군위신강은 깡패라도 따르라는 것이지만 군신유의는 옳지않으면 따르지 않은 것이다. 삼강은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지만 오륜은 사리와 공의를 구분해 정의를 실현하게 한 것이다.각자가 자신의 양지에 따라 정의를 지킨다면 이런 불행이 생길 수 없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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