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 교수의 아하!
종교인이라고 더 윤리적일까
세월호 사건으로 속칭 ‘구원파’라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이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회사이고, 세월호 선원들 상당수가 이 종교를 신봉하는 신도들이라는데, 어떻게 종교 관련 회사가 선박의 평형수를 줄이고 그 대신 짐을 과적해 불법적으로 수입만 올리려 하고, 어떻게 종교를 신봉하는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구조선으로 탈출할 수 있느냐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의 체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5월13일 오후 경기 안성시 금수원(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에서 교인들이 출입구를 막고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성/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이런 질문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더 윤리적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덜 윤리적이라는 통념에서 나온다. 종교에서 일반적으로 가르치듯, 죽어서 얻게 될 상벌 등 인과응보가 없다면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함에 따라 종교가 윤리적 행동을 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 발견되는 종교들을 보면서 이런 통념이 그대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우리 주위를 조금만 주의 깊이 살피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종교가 지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지 않을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쓴 ‘종교란 무엇인가?’ 서문에서도 “종교는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횃불이나 등대의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 자체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사실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기복 중심의 표층 종교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산업화된 국가들 중 종교 열이 가장 강한 미국이 이들 국가 중 가장 높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교회 출석률이 다른 어느 주보다 높은 루이지애나주가 미국 전국 살인사건 발생 평균의 2배가 되고, 교회 출석률이 낮은 동북부 버몬트주나 서부 오리건주 등은 전국 평균치보다 낮다고 한다. 미국의 5대 범죄 도시가 모두 이른바 남부의 바이블 벨트에 속한 도시들이고, 미국 감옥에 갇힌 죄수들 중에 무신론자는 0.5%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99.5%는 모두 신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종교 열이 미국보다 더 뜨거운 한국의 형편은 어떨까?
이런 통계 수치를 보면, 종교적이라고 해서 다 윤리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종교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가르침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Beyond Religion)라는 책에서 이제 인류는 개별 종교들이 제시하는 윤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양심에 근거한 ‘세속적’(secular) 윤리를 계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과응보 때문이 아니라 윤리적 삶 자체가 기쁨이라는 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강남 경계너머 아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