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에 나가면 무뚝뚝한 남편
질문
저희 남편은 집에서는 애교도 있고 자상하며 아주 성실하고 차분합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무뚝뚝하고 화도 잘 내고 좀 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시댁 식구들하고 있으면 제가 봐도 과할 정도로 부딪히는 일이 많다 보니 다들 남편을 어려워하게 됐고, 그런 남편을 둔 저를 불쌍히 여기는 오해의 시선 때문에 속상합니다. 남편의 그런 모습을 고쳐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가르쳐도 보고 싸우기도 하고 때론 포기도, 외면도 해봤습니다. 벌써 13년째 노력을 해봤지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남편을 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뚝뚝한 남편. 영화 <베를린> 중에서
바깥에서만 친절한 남편보단
집안에서 잘하는 남편이 좋아
문제 삼는것 자체가 문제일뿐
좋은남편이라 칭찬하며 살길
답
제가 들어 보니 남편은 고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남편이 밖에 나가서는 친절하고 집에 들어와서 무뚝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한테 무뚝뚝하니 내 기분이 나쁘고 밖에 나가서 친절하니 딴 여자가 따르거든요. 그런데 남편의 행동은 이건 전혀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내가 어려워하는 게 문제지 다른 사람이 남편을 어려워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부딪히든 말든 그들 문제니까 나는 관계없어요.
그리고 연민의 눈길을 받는 내가 실제로 불쌍한 처지면 그 눈길이 문제겠지만 나는 하나도 안 불쌍한데 세상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주는 건 괜찮습니다. 더구나 시댁 식구들이 다 나를 연민의 눈길로 봐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잖아요.
많은 여성들이, 남편이 밖에 나가서 또는 시어머니나 형제들에게는 잘하고 나한테만 못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런 좋은 남자하고 살아서 너는 좋겠다’라는 말을 들을 때 힘들지요. 정작 본인은 아무도 몰라주는 괴로움으로 죽겠다고 하는데도요. 그런데 질문자는 둘이 있으면 너무너무 좋은 사람인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아이고, 남편하고 살기 힘들지? 그 성질의 남자를 어떻게 데리고 사느냐’ 이렇게 봐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남들이 오해하는 대로 그렇게 ‘좀 힘들지만 그래도 잘 참고 사는 척’ 해주면 됩니다.
들어보니 아무 문제도 없는데 자꾸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남편은 문제가 없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 ‘문제가 있지만 없다고 봐 줘야지’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거짓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당신 남편 참 훌륭하더라, 좋은 사람이더라’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아이고, 당신 남편, 성질이나 버럭버럭 내고 그런 사람이랑 어떻게 사느냐’는 소리 듣기가 언짢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깥에 다니면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는 말을 듣지만 집에 와서는 못되게 구는 인간보다는 ‘너희 남편 문제더라’ 하는 소리를 듣더라도 집에 와서 나에게 잘하는 인간이 훨씬 낫습니다. 바깥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나에게 잘하는 좋은 남편을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질문자는 남편이 문제라고 보고 고치려고 하지만 남편은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또 고쳐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아내로부터 ‘당신 문제야’라는 소리를 자꾸 듣게 되면 남편의 자존감만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질문자도 문제 있는 남편하고 살아야 되니 힘들겠지요. 그래서 이것은 서로의 인생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 남편 아무 문제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자기도 좋고 남편도 격려 받고 다 좋은 겁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보고 ‘아이고, 네 남편이 문제지?’라고 해도 며느리가 ‘어머니,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당신 아들 참 훌륭합니다’하면 시어머니도 듣기 좋겠지요. 아침에 108배를 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좋은 남편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님한테도 ‘어머니,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아들 키워 저한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좋아집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