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학교 건립을 추진중인 오인돈 신부
“킬링필드 이후 캄보디아의 지식인들은 모조리 살해됐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학교부터 썩었다. 교육이 살아나지 않고선 그 나라를 살리기 어렵다.”
캄보디아에 파견된 가톨릭 예수회 미션 한국관구장 오인돈 신부(49)는 28일 ‘캄보디아에 무엇보다 절실한 게 학교’라고 말했다.
한국 예수회는 태국 접경지역인 캄보디아 북서부 농촌지역 반티에이 미은체이지방에 ‘하비에르 예수회학교’건립을 추진중이다. 하비에르는 예수회 창립자중 한명으로, 인도와 일본에서 활동한 선교사였다.
캄보디아에서 장애인기술학교를 운영중인 오 신부가 설명하는 캄보디아 교육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전체인구의 4분의1이 6~17세로 학교를 다녀야할 나이인데, 고교 진학율은 27%에 불과하다. 평균 교육기간은 6년에도 못미치는 5.8년이다. 교육 현장의 사정은 더하다.
”교사의 봉급을 제대로 주지않아 교사들은 수업을 오전에 끝내고, 돈을 내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과외를 해 모자란 봉급을 충당한다. 돈만 내면 시험 때 책을 보고 쓰는 것도 봐줄 정도니,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부정’을 배운다.”
17년 전인 1997년 캄보디아 선교사로 간 오 신부는 수도 프놈펜엔 그나마 교육기관이 많으므로, 지방을 살릴 학교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골을 택했다. 이곳에서 부자들의 학교, 수재들의 학교가 아닌, 시골 아이들의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먼저 지역민을 위한 지역개발센터를 지어 오는 9월 문을 연다. 모두 그 지역 사람들의 필요에 호응한 것이다.
오 신부는 “한국인들이 500달러를 기부하면 우물에 기부자 이름을 써주니 우물파기 사업을 많이 하는데, 지역민들의 자발성이 떨어져 결국 우물을 아무도 관리조차 안하고 방치해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수회는 학교부지 5만평의 땅을 최근 구입했다. 이곳에 2016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1년부터 받아 점차 초·중·고와 기숙사, 교사양성소를 갖추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50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건립 비용 마련을 위해 오는 6월3일 오후 8시엔 서울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 오 신부의 동생인 피아니스트 오지원과 남편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마크 코소와가 음악회를 개최한다. 기부자들에겐 임종진 전<한겨레> 기자가 1년간 현지에서 봉사하며 찍은 사진집 <임종진 흙바람>도 선물한다.
오 신부는 “우리처럼 전쟁을 겪었지만 단일민족이고 앙코르와트처럼 위대한 문화와 문자를 갖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해 무엇이 되고 싶은 희망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교는 희망의 산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