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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고무신 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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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 여정 담긴
낡은 고무신 한짝
붓다의 싹 틔우다
 
문화사업단, 5월6~18일
봉축 맞아 희상 스님 초청
설치작품 ‘낡은 고무신展’ 


2013.05.06  법보신문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법보고무신2.jpg
▲푸른 줄기, 초록 이파리 올린 고무신들은 청도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 신발이다. 
520여개 고무신엔 운문사승가대학서 정진 중인 학인스님들 저마다의 사연이 소근거렸다.  


누런 고무신엔 지난한 인생과 수행의 때가 묻었다. 하얀 고무신엔 수행자의 고독과 초발심이 청정했다. 고무신 안에서 싹이 트고 새순이 돋았다. 더러는 하늘로 줄기를 뻗어 올렸고 이파리를 넓게 펼쳤다. 더러는 아직 줄기를 뻗지 못했다. 고무신 하나에 인생이, 수행자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고무신이라는 마음그릇 안에서 붓다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독일 브레멘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희상 스님이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1층 홍보관에 고무신을 내걸었다. 수십 켤레는 공중에 매달았고 몇 켤레는 바닥에 배치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정산 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초청한 설치작품전이다. 희상 스님은 5월6~18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전시회 ‘낡은 고무신展’을 열었다. 

푸른 줄기, 초록 이파리 올린 고무신들은 청도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 신발이다. 520여개 고무신엔 운문사승가대학서 정진 중인 학인스님들 저마다의 사연이 소근거렸다. 연꽃을 그려 넣은 고무신, 삼보륜을 새긴 고무신, 일심(一心)이라는 법명 혹은 발원을 안은 고무신 등등. 운문사 도량을 걷고 마을을 걷고 논밭을 걸었던 고무신은 붓다를 꿈꾸는 학인스님들 마음을 떠받쳤으리라. 

 
법보고무신3.jpg  
▲희상 스님은 수행을 위해 함께 걷는 것이 고무신이라고 했다.   

 희상 스님이 작품에 말을 더했다. 
“신발의 의미는 ‘함께 걷는다’입니다. 특히 스님들 고무신의 의미는 ‘수행을 위해 함께 걷는다’라는 뜻이지요. 부처님은 평생 전법과 수행을 위해 길 위에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작품의 고무신은 청도 운문사 학인스님들 신발입니다. 풍요로운 수행이 쑥쑥 자라나기를 발원합니다. 물론 당신의 수행도 온전하기를 합장합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산 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를 이끌어 온 힘은 오롯이 부처님 가르침을 가슴으로 받아 안고 묵묵히 수행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스님은 “스님들의 낡은 고무신 속에 담긴 땀과 눈물, 오직 정진하고자 하는 수행자들의 희망이 작품 안의 새싹으로 피어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법보신문(www.beopbo.com)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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