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랏기타 스님
‘삼매경’, ‘독서삼매’에서 인용되는 삼매(선정)는 ‘깊은 집중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삼매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불교의 각 종파 마다 삼매에 대해 달리 말한다. 그래서 불자들은 과연 진정한 삼매가 무엇인지 헷갈려한다.
이처럼 일반 불자들이 오랫동안 답답하게 여긴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나선 스님이 있다. 붓다 랏기타(57)스님이다. 그가 세계 불교계 4개 종파의 만만치않은 수행자들을 동시에 초청해 대중 공개 삼매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미얀마에서 깊은 명상체험 뒤 이론을 익혀 삼장법사가 된 순다라 스님과 티베트에서 최고의 수행자 중 한명인 겐뒨 샤카, 중국에서 유일하게 5개 법맥을 전수한 밍센 스님, 서울대 총불회와 대학생불교학생회장 출신으로 선방에서 25안거를 참선한 진주 도과선원 선원장 원담 스님이 그들이다.
붓다 랏기타스님은 미얀마에서 출가한 남방불교의 위파사나 수행자다. 출가 전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출가 전 강송원이던 그는 1980년대 모든 예술분야에서 한명뿐인 록펠러 장학생 출신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남자 현대무용수였다. 그는 늘 정신 세계에 대한 갈구가 컸다. 전세계에 무용공연을 다니면서도 늘 영적지도자를 찾아다니거나 성지 순례를 했다. 가톨릭, 개신교, 힌두교, 무슬림까지 그가 찾지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스의 수도원공화국인 아토스산까지 찾아들어가기도 했다.
오랜 순례 끝에 그가 귀의한 이는 미얀마의 고승 ‘우 자나카 삼매 사야도(스님)’였다. 스승 아래서 집중 수행을 한 뒤 미얀마와 라오스, 타이 등을 맨발로 걸으며 탁발을 하는 두타(고행) 수행을 거친 그가 귀국해 위파사나 선원을 연 것은 15년 전이었다. 경기도 과천 선바위역 부근 본원과 전남 화순, 경남 합천에 분원을 둔 보리수선원을 거쳐 간 이는 1만3천여명에 이른다. 국내에선 생소한 위파사나 붐을 일으킨 큰 공로자 중 한명인 셈이다. 국내의 위파사나 수행자들이 “더 사회성이 있는 분을 모시라”며 거절하는 그를 굳이 자기들의 대표로 옹립할 정도로 그는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초발심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특별한 행사를 기획한 것도 순수한 진리 탐구의 발로다.
“간화선을 하거나 염불선, 위파사나, 티베트불교수행을 하거나 진리는 하나일텐데 왜 그렇게 다르며, 서로가 자기 쪽이 우월하다고 하는 것일까. 무슨 수행을 했던 삼매를 얻은 분들의 상태는 같지않을까. 그 집중상태에서도 간화선적인 삼매, 위파사나적인 삼매, 염불선적인 삼매가 있는 것일까.”
그가 이번 심포지엄을 △부산 상공회의소(11일 오후 2~7시) △경남 합천 종합사회복지관(12일 오후 3~6시) △광주 동구청(13일 오후 7~10시) △서울시청 다목적홀 (14일 오후2~8시,15일 오전 10시~오후 8시)등에서 대중 공개 심포지엄을 열고, 현장에서 각 종파의 삼매를 대중들이 체험해보게 한 것은 대중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엔 지혜, 다음해엔 열반을 주제로 세계적인 수행자들을 초청해 이런 심포지엄과 수행 체험을 이끌 계획이다. 도그마만이 판쳐 대중들이 눈을 가리는 현실에서 그는 ‘열린 시도’로 수행계에 새 장을 열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