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쓴 글씨 옆에 선 한인철 교수 목사 사진 조현
‘예수학당’ 이끄는 한인철 목사
신화적 예수 아닌 역사적 예수 탐구
‘믿기만 하면 구원된다’는 전도 비판
기독교 본질은 정죄 아닌
함께 아파하는 사랑이 핵심
7일 서울 신촌 연세대의과대세브란스병원 교목실장실로 들어서니, 제법 문자향이 배인 서예 편액이 먼저 눈에 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다. 연세대 교목으로서 이 병원에 파견 나와있는 교목실장 한인철(58) 목사가 직접 쓴 글씨다. 미국 드루대에서 공부한 유학파의 서예가 이채롭다.
그는 미국에서 돌아온 뒤 처음 간 전주대에서 교수를 2년 만에 그만둔 뒤 2년간 한학자 문하에 들어가 하루 14시간씩 사서삼경을 독파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얻을 돈이 없어 전주에 눌러앉다 보니 동양고전 공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직’기간에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이 나고 자란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통해 예수 정신을 더욱 깊게 통찰할 내공을 쌓을 자산으로 삼았다는 게 남다르게 보인다.
그가 독특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역사적 예수’의 탐구자다. 우리나라에선 신화의 예수가 아니라 실제 예수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탐구하는 게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1982년 ‘예수 세미나’가 시작된 이후 ‘인간 예수’에 대한 연구가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1995년 감신대 동문인 김준우 교수와 함께 미국 방문길에 서점에 들렀다가 ‘역사적 예수’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들이 많은 데 놀랐다. 한 목사는 그때의 느낌을 “금싸라기들이 땅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책들을 한보따리 사들고 와 탐독한 뒤 번역을 시작했다. 존 도미니크 크로산의 <예수는 누구인가>와 마크스 보거의 <새로 만난 하나님>, 루벤슈타인의 <예수는 언제 하나님이 되었는가> 등이 그의 번역서다. 이 밖에도 김준우 소장이 이끄는 한국기독교연구소는 ‘역사적 예수’관련 서적 50여권을 번역했다.
‘역사적 예수’가 한국교회에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이들은 예수청년학교와 예수포럼, 예수목회세미나, 예수학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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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냉천동 감신대 앞 함께나누는세상 사무실에서 열린 예수학당. 사진 예수학당 제공 |
한 목사는 이 가운데 ‘역사적 예수 탐구’서적을 탐독하며 토론식 공부를 하는 예수학당을 맡아 이끌고 있다. 예수학당의 이번 교재는 로빈 마이어스 목사가 쓴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다.
“예수는 가르치기만 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가르친 삶을 몸소 살아냈다. 그 자신에 모델이 되었다. 가르침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예수학당은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이고, 그분이 어떻게 살았고,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그 길을 따르기 위한 공유의 장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예수를 따르는 삶과 멀어지는 이유로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해석 틀 때문으로 본다.
“인간은 타락한 죄인이어서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4영리 전도논리’는 자칫‘예수를 믿기만 하면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틀로 해석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예수학당에선 인간은 절대 원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원죄’보다는 우리도 예수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원복’을 알려준다. 또 번영은 축복이 아니라 타락할 수 있는 위험이며, 기독교의 본질은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는 사랑이라고 한다. 성장을 지향하는 대형교회의 전도지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의 원죄를 강조하고,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받는다’는 등식의 전도 효과를 그가 모르지는 않을 터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번영을 위해 예수께서 정말로 원하는 십자가의 길을 간과해버릴 수 없다는 게 한 목사의 주장이다.
“예수를 따르는 삶을 살자는‘예수 목회’를 하는 분들은 외롭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목회를 하면 교인이 오지않는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수를 진정으로 따르는 교회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아직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전혀 모일 것 같지않은 예수학당에 이번 학기만도 목회자 등 23명이 함께 모여 매주 발표하고 탐독하는 열기만으로 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가르침에만 머물지 않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009년 정창영 연세대 전총장과 등과 함께 ‘함께 나누는 세상’을 설립해 사무총장을 맡아 굶주리는 북한 아이들에게 우유와 분유를 보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남북교류가 어려워진 이후엔 대학생들이 불우한 중고생들의 멘토가 되어 정신적 안정과 진로 상담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를 만나고 돌아서니,‘신화의 예수’와 ‘역사적 예수’는 어떻게 다른지, ‘믿는 자’와 ‘따르는 자’가 왜 분리되는 것인지, 진정한 기독교인은 어느 쪽인지 탐구심이 더욱 샘솟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