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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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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그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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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가 안 되는 인간은 절대적 의지처를 찾게 된다. 이들을 맹신자로 이용하려는 양쪽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지는 대표적인 곳이 사이비성 짙은 유사종교 집단이다.
그곳엔 놀랍게도 명문대 출신에다 고위공직자, 기업 대표, 간부,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내로라하는 직책의 인물들이 즐비하다. 그럴듯한 인물들을 내세워 종교적 열세를 가려보려는 의도적인 과시 때문에 더 잘 눈에 띄기도 하지만, 실제 그런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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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판단 능력이 없는 심리적 허약자가 아니라 멀쩡해 보이는 이들도 광신도 부류에 섞여 있을 때가 있다. 넘어진 적이 없이 안전만을 추구하며 살아왔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완벽한 보호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사이비 종교에 가면 교주가 자신을 신격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심리적 허약자들이 교주를 완전한 신으로 만든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자신을 온전히 보호해줄 만한 전지전능한 신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룹의 동료들끼리 교주의 위대성을 경쟁적으로 찬양하며 그 찬송에 자신의 믿음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잠재운다.

자본주의 속성에 깊게 물든 종교는 현대인들의 불안심리의 틈새를 노리는 데 발 빠르다. 그런 불안을 제거해주겠다는 ‘당근’을 활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천도제다. 조상이 내 앞길을 막지 않도록 조상을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자금력을 과시하는 종교집단의 이면엔 대부분이 고가의 천도제나 굿 같은 종교의식이 있다.

또한 미신적인 종교일수록 운명론을 확대 재생한하고, 성직을 절대화한다. ‘성직자는 전생에 쌓은 공덕이 많아 대우 받는 게 마땅하고, 천민들은 죄업을 많이 지어 고생을 겪는 것이다. 그러니 성직자와 왕족, 귀족들을 잘 섬기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런 인과론은 후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게 하려는 애초의 의도와 달리 삶의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이나 장애인들을 더한 고통에 빠트리는 반인권적 업보론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전후생론은, 돈과 권력과 명예가 타인에게 봉사하라고 주어진 것이라는 도덕적 의무론으로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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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섬기기보다는 사람의 영혼을 이용하는 종교가 어느 시대고 활개를 칠 수 있는 건 인간의 연약한 불안 심리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불안을 제거하고 안전을 찾기 위해 자신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기이한 도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나도 방황하던 십대 때부터 이른바 도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숱하게 찾아다녔다. 기득권 종교의 영성가와 수행자들까지 많은 이들을 만났다. 하여 나처럼 많은 이를 만나본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인물을 만나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기이한 곳과 기이한 인물의 이면엔 숱한 사기극은 있을지언정 인간의 도는 없다’는 것이다.
도는 특별하지 않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이고 건강하지 않다면 내 영혼을 훔쳐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한 사냥술일 뿐이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완전한 보호막에 들어가고 싶은 갈망과 탐욕도,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과 피해의식 그리고 분노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 내가 그리스에 온 것은 이런 생각을 더 굳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신기루 같은 생각의 실체를 자각해 이런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습관성 망상에 끌려다니지 않고 의도대로 이 마음을 길들여 잘 쓰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우리 삶에 더 중요한 도(道)가 있을까.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6장 최고의 예언 신전, 델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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