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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세월호 유족들 쫓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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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을 바닷속에 떠나보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께 드리는 사랑의 성사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으로서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주교는 12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족들이 광화문 시복식 행사 때문에 물리적으로 퇴거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에 따라 농성중인 유족들이 시복식 행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실무 협의중이라는 것이다.


 강 주교는 “국가 운영 시스템 전체의 패착이 송두리째 드러난 세월호 침몰 같은 참혹한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나라를 지켜야 할 군 병영 내에서 비인간적인 폭력이 일상화되고 관행적으로 되풀이되는 치부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심한 충격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며 “힘들어하는 사람들 곁을 제일 먼저 찾아가는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이시니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 곁에 오셔서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위로와 희망의 복음을 들려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교황이 줄 메시지’와 관련해 “유족들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정하고 준비는 했지만 어떤 행동이나 말씀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교종에게 한국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교회가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정보를 상세히 드리려 노력을 했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아무런 힌트를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교종은 이미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통해 경제·정치·국제관계 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교회가 적극적으로 그런 현장 속으로 뛰어들도록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어서 그 연장선상에서 가톨릭교회 수장으로서 복음의 큰 원칙과 오늘날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폭넓은 조언을 해주실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답변이나 조언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며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을 선포해 줄 것”이란 믿음을 전해주었다.


 그는 “여야 재협의를 간절히 바라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져 올바른 진상 조사와 사후 조처를 철저히 보장하는 세월호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키도록 국회에서는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며 한국 천주교 지도자로서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강 주교는 교황이란 표현 대신 교종이라고 부른다. 한국 천주교의 공식용어집에는 ‘포프’(the Pope)를 교황 또는 교종으로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가톨릭이 아시아권으로 도입될 400여년 전엔 로마 교황청이 유럽 대륙에서 제국의 정치적인 권력이나 위상을 실제 갖고 있었기에 동양인들이 황제급의 정치적인 직위로 받아들여서 교황이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가톨릭은 1963~65년 제2차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엄청난 쇄신작업을 거쳐 그때와는 다른 새로운 교회관으로 바뀌었다”며 “교황이란 말이 오랫동안 써서 입에 붙어 간간이 쓰긴 하지만 일부러 황제의 이미지를 떼어버리는 자극을 주기 위해 교종이라는 단어를 고집스럽게 쓴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고령의 교종이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4박5일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도중에 쓰러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교종이 휴가도 마다하고 먼 길을 떠나 지구 반대편으로, 특히 아시아 대륙에서도 가장 먼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아주는 것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려는 염원 때문으로 생각한다”며 “교종이 우리와 함께하는 기간 동안 우리도 그분의 뜻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그분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희망’ 안에 서로를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고 이 땅에 화해와 평화의 싹이 더 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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