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와서 직장생활 적응을 못합니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처음부터 적응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점심은 무조건 같이 나가서 먹어야 되고, 제 일을 다 끝내고 집에 가는데도 6시에 칼 퇴근하는 저를 못마땅해 하는 그런 한국적인 정서들이 너무 힘듭니다.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는 한국이 너무 답답하고 싫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기주장이 뚜렷해서인지 사람들로부터 매사를 편협하고 극단적으로 본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사고방식을 바꾸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
*회식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직장인. KBS 드라마 <직장의 신> 중에서
외국 직장습관 한국은 낯설어
미국 살려면 영어 배워야하듯
적응 위해선 한국문화 따라야
뚜렷한 주장하려면 비난 감수
부처님도 주위에서 비난 받아
사고방식을 바꾸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는 건 자신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한국 안에서도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됩니다. 그렇지만 욕은 하지마세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겁니다. 내가 6시에 퇴근하듯이 다른 사람은 8시에 퇴근하는 것이고, ‘6시가 퇴근 시간인데 내가 왜 8시에 퇴근해?’하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듯이, 그 사람들은 ‘너는 왜 6시에 퇴근해?’하고 바라보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다들 자기 식대로 사는데 뭐가 힘들어요.
질문자의 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데 있는 게 아니고, 그 문제제기를 자기가 문제 삼는 데 있습니다. 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외국 나가서 몇 년 살다왔다고 튀게 행동하는 질문자가 한국 사람이 볼 때 좀 거슬릴 수 있다는 거지요.
한국에 와서 벌어먹고 살아야 된다고 하면, 한국은 좋은 나라다, 이 나라에는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관습이 있다, 이걸 인정을 해야지요. 그리고 6시에 퇴근하고 싶으면 퇴근하는 대신에 불이익이 오면 그건 감수해야죠. 불이익이 싫으면 자기도 8시에 퇴근하면 그만입니다. 그건 그냥 선택의 문제니까요.
질문자는 자기가 6시에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문제제기 한다고 그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 사람은 문제의식을 느끼니까 문제제기를 하는 거예요. 그게 옳다 싶으면 그들을 따르면 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면 그냥 자기 방식대로 살면 되죠. 그 사람들 보고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고 하듯이 질문자도 그 사람들 인생에 간섭하면 안 되죠. 한국 사람들은 대대로 수 천 년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외국 경험을 조금 하고 와서 “한국 사람이 문제다” 이렇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수 있죠. “그렇게 외국이 좋으면 외국 가서 살면 되지, 왜 한국에 와서 그래?”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편협하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내 주장이 뚜렷해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때는 그냥 비난을 감수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는 할 말 다 하고 비난은 안 받겠다는 거 아니에요? 부처님도 비난을 받았고, 예수님도 비난을 받아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했습니다. 자기 할 말은 다하고, 칭찬도 받고, 세상에 그런 일은 없어요. 그러니까 자기 식대로 그렇게 사는 대신에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면 비난을 감수해야죠. 그런 비난을 듣기 싫으면 그 사람들에게서 비난받을 짓을 안 하면 되죠. 아니꼬운데도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비난받기 싫으니까 맞춰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에 가서 살려면 영어를 배워야 되잖아요. 미국 사람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배우는 겁니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하고 살면서 한국말을 하거나 한국 문화를 따르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나한테 이익이니까 그렇게 하는 겁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이 글은 법보신문(beopbo.com)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