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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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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나날 속 빛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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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사이 수많은 숫자처럼…넌 내게 영원함을 줬어


영화 ‘안녕, 헤이즐’ 13일 개봉

암환자모임에서 만난 10대 남녀
한정된 나날속 빛나는 사랑 그려


안녕헤이즐자르기.jpg


10대 소녀 헤이즐(셰일린 우들리)은 늘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닌다. 코에 매단 호스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치다. 어릴 때부터 폐암을 앓은 그는 한때 목숨을 잃을 뻔도 했지만, 기적적으로 호전됐다. 그래도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르는 말기암 환자다.
혼자 지내길 좋아하는 헤이즐은 어느날 부모의 권유에 못 이겨 암환자 모임에 나간다. 거기서 만난 키크고 훤칠한 또래 소년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의 미소에 헤이즐은 가슴이 뛴다.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을 앓고 한쪽 다리를 잘라낸 상태다. 둘은 헤이즐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 <거대한 아픔>을 나눠 읽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안녕, 헤이즐>(사진)은 회복하기 힘든 아픔을 지닌 두 10대 남녀의 연애담을 그린 영화다. 존 그린의 베스트셀러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 원제는 소설과 같지만, 국내에선 <안녕, 헤이즐>로 제목을 바꿨다. 앞서 개봉한 미국에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 <말레피센트> 등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두 남녀의 이야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에 이르면서 극적으로 치닫는다. 암스테르담은 <거대한 아픔>의 작가 피터 반 호텐(윌렘 대포)이 머무는 곳이다. 그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헤이즐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어거스터스는 자선단체 프로그램인 ‘지니의 소원’을 쓴다. 하지만 힘들게 만난 작가는 술에 쩔어 독설을 내뱉는다. 크게 실망한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더욱 가까워지고, 어거스터스는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안녕, 헤이즐>은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극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두 남녀의 사랑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결국엔 거대한 감동을 안긴다. “0에서 1 사이엔 수많은 숫자가 있어요. 0.1, 0.12, 0.112…, 무한대로 많죠. 저는 제게 주어진 숫자보다 더 큰 숫자를 갖고 싶어요. 내 사랑, 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우리에게 주어졌던 작은 무한대가. 넌 내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함을 줬어.” 어거스터스를 향해 헤이즐이 한 말에는, 짧은 삶 속에서도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빛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진실이 함축돼 있다.


이전에 <디센던트> <다이버전트>로 얼굴을 알린 셰일린 우들리와 어릴 적부터 연극 무대에 섰고 역시 <다이버전트>에 출연했던 안셀 엘고트는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차세대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플래툰>에서 인상적인 죽음을 맞는 엘리어스 상사 역으로 존재감을 알린 윌렘 대포는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에드 시런, 그룹러브, 버디, 찰리 엑스시엑스(XCX) 등 요즘 뜨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이 참여한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13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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