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경종 “세속적 유혹에 빠지지 말라”
교황, 한국 주교단과 만남서
“교회의 원래 목적은
가난한 이들 위해 존재하는 것
그들의 희망 지킴이 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찾아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진 뒤 방명록을 쓰던 중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 담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시 그다웠다. 그의 교회론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상황논리가 아니었다. 그는 초지일관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었던가’를 주지시킨다는 점에서 베드로의 후계자다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첫날 마지막 일정은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이었다. 한국 주교들은 늘 그랬듯이 교황의 치하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이 땅에 들어온 지 불과 200여년 만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현재 모든 주류 종교 가운데 신자 수가 가장 급증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이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사제와 수도자 지원자 감소에 허덕이는 유럽과 미주와 달리 여전히 지원자가 많고, 신자들의 신앙 열기가 세계 최고라 할 만한 그 역동성에 신앙의 선배 국가들에서 온 사목자들도 늘 놀라곤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30여명의 주교들을 만난 교황이 선택한 것은 칭송이 아니었다. 그는 “교회가 너무 잘나갈 때 가난한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가난한 이들이 문턱을 높게 여길 만큼 부자들 중심으로 움직인다거나 많은 사제들이 부자 교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즐기는 등의 한국적 상황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한 발언이었다. 실제 한국 가톨릭은 인구 대비 신자 수가 서울 목동은 20%가 넘는 데 반해 신정동은 5%밖에 안 될 정도로 빈부 지역 간에 신자 수가 큰 차이가 날 정도로 부자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계 주요 지도자들도 사회적 약자보다는 부자와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한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은 “한국 교회가 번영했으나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가운데 살고 있어 기업적 능률만을 중시하며 세속적 기준과 생활양식, 사고방식을 우선하려는 유혹을 받는다”며 “정신적 사목적 세속성에서 하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빈다”고도 했다.
교회 선교라는 미명하에 교회도 권력적 힘을 갖고, 부를 축적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부자 편만 들며 반그리도적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계였다. 사목적 목적으로 방한한 그가 이날 주교들에게 내린 사목 지침은 세 가지였다.
“첫째, 예수가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와 교회의 원래 목적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한국 가톨릭은 초기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져 성직자들이 가질 수 있는 유혹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성직자주의를 경계하라. 셋째, 주교는 사제들이 대화하기 원하면 언제든 응하며 사제와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