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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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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머리, 다리 잘린 아프간의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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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의 아프가니스탄 기행 4편> 끝나지 않은 못 다한 길

파괴된 바미얀 대불과 ‘문명의 십자로’ 카불



대불로 유명한 바미얀(Bamiyan: 해발 2,500m)으로 가는 길도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다. 마자레 샤리프에서 450㎞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홍수로 도로가 유실되어 ‘산 넘고 물 건너’ 갈 수도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국내선 비행기로 카불로 갔다가 거기서 바미안으로 가는 우회로를 택했다. 비행가 연착되어 밤중에 도착한 카불, 공항에서 시내로 나올 때 함께 내린 현지인이 마중 나온 자기차로 한 여관까지 데려다 주어 밤중에 카불 시내를 배회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맙기 그지없었다.

 
카불에서 바미얀까지는 고작 170km, 아침 일찍 차부로 갔더니 이제 막 출발하려는 합승 택시가 있어 곧장 출발할 수 있었다. 보통 2시간 30분이 걸리는 길이라는데 7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바미얀, 이름깨나 있는 숙소는 무려 미화 100 불을 불렀다. 이곳에 올 관광객도 없는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 큰 식당에 가서 주인장에게 장사 끝나고 방 한 개만 빌려주라고 하니 미화 20불이 안 되는 가격에 그러라고 했다. 짐을 맡겨두고 대불이 서 있던 감실로 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01년, 탈레반들이 폭파해 버린 그 유명한 바미얀 대불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그냥 휑한 감실만 남아 있었다. 두 큰 불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하나는 55m이고 다른 38m의 불상은 완전히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 두 대불 이외의 무수한 석굴과 그 안의 불상들도 사격 연습용 표적으로 삼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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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메타의 불상이 안치 되었던 감실, 유네스코에서 일본 불자들의 기부금으로 보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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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메타의 불상이 모셔져 있었던 감실>


 
7세기에 중국의 현장법사는 이곳을 지나면서 열 개의 큰 사원과 천명이 넘는 승려들이 수행하고 있다고 적었고 우리 신라의 혜초 스님도 여기를 다녀갔다. 그러나 10세기 이후 몽고의 침입과 이후 회교가 융성한 이후 바미얀은 수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7세기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는 아예 불상의 얼굴을 떼어내 버렸고 그 후 100년 후에는 큰 불상의 한쪽 다리도 부셔버렸다. 꾸샤나 왕조, 간다라 예술의 정수로 불리던 인류 문화유산은 종교의 편협한 자기 종교만이 최고라는 틀 속에서 파괴되어 왔으나 이후 2003년 전체 석굴군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미 그 흔적마저도 없애 버렸다.

모든 생겨난 것은 반드시 부서지는 법, 연기법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이 대불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눈앞의 텅 빈 감실을 보니 착잡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5월인데도 바람이 꽤 찼다. 감실들은 안에서 안으로 교묘히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서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한 석굴 안에서 앞의 설산이 보이는 곳에 앉아 그 옛날을 상상해 보았다.

 
그 때 비구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수행으로 자기를 다스렸을까?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온갖 풍요와 편리를 누렸을까? 수행보다는 개인의 명리와 안일에 빠져 놀고먹는 피둥피둥 살찐 무리들이었을까? 더 나아가 그 때도 가진 자와 결탁하는 겉만 번드르한 포장지만 화려한 자들이었을까?  생각이 깊어지며 스스로 나의 인생길 수행길이 초라하게 드러났다. ‘민중이 곧 나의 종교’임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로 살기를 다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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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면의 승방과 승방 사이엔 이런 조그만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식당에 돌아와 잘 준비하니 경찰과 군인이 들어와 국경에서 입국 시 받은 모든 서류를 짜증스러울 정도로 오래오래 검사했다. 혹 서류가 하나라도 부족하면 잡아다 족칠 기세였다. 덕택에 한 가지를 얻는 횡재라니. 이튿날 경찰서로 나오면 뭘 보여 준다하여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갔더니 탈레반이 불상 파괴하는 동영상 비디오였다. 엄청난 황갈색 먼지가 일면서 순간 파괴되어 없어지는 영상에 종교의 오만과 집착이 근본을 잃고 인간을 서로 간에 죽이고도 남을 거란 걸 느낀다. 인류 역사에 가장 잔인했던 전쟁은 늘 종교전쟁 아니었던가. TNT로 형체도 없이 불상을 파괴하는 동영상, 필자는 유신 시절 군에서 야전공병의 병과로써 뜻밖의 기술(?)을 배웠으니 그게 바로 폭파와 지뢰 매설 제거였다. 40년도 훨씬 지난 군 시절 다이너마이트와 티엔티로 엄청 쌘 군기가 든 훈련을 넘겨야 했던 경험이 저절로 떠올랐다.

 
다시 돌아온 카불, 지난번에는 바미얀에 가는 데만 정신이 팔려 뭐가 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크로드 한 가운데 빠지지 않는 ‘문명의 십자로’라고 불리던 카불,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디 수도란 말인가? 달동네 어설픈 산비탈의 수많은 집들이 시내 빙 두른 산과 함께 사방에 산이 보였다. 제대로 된 포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먼지만 폴폴 나는 패이고 거덜난 지저분한 도로들, 주위엔 악취 나는 오물들이 즐비하다. 거기에 그 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거지들이라니. 노인들, 어린애들, 불구자들 그리고 히잡으로 얼굴 전체를 모두 가린 여자들 …. 이 여인들은 모두 전쟁 통에 과부가 된 여자들이라고. 재혼을 할 수 없는 종교적 굴레로 구걸로 연명해야 된다는 그 여인네들에 참으로 애잔한 마음이 일었다.

 
가장 종교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탈레반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지난 9.11 이후 미국의 무차별 융단 폭격 때 상해를 당해 구걸로나마 연명해야 되는 아프간의 민중들, 도시 중심에 자리한 모스크 회당 주위에 모인 그 거지들이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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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시내의 한 모스크 주위에서 구걸한 밥으로 끼니를 떼우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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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하던 소녀가 지쳤는지 그냥 길거리에서 잠이 들었다, 손에는 얻은 지폐 돈을 꼬옥 쥐고서>


  
우리나라 조그만 이층집 연립 주택과 다를 바 없는 카불 박물관에 갔다. 맞은편은 폭격으로 쑥대밭이 된 건물들의 폐허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중요한 유적은 전시할 수 없다.”

박물관 직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시할 공간이고 자시고 박물관이 있다는 게 신기한 카불이었다. 동서방이 만나 일찍이 인류가 누려보지 못했던 헬레니즘이라는 문명을 이루었던 곳의 흔적은 거의 원형에 가까운 보살좌상도 지중해인들의 곱슬머리에 콧수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몇 개의 불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아무리 인연과 연기법이라지만, 쌓고 부수는 게 인류의 역사라지만 카불의 모습은 애잔하기 그지없었다.

 
인도에 살면서 인도는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몰라도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나라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다녀온 뒤, 인도는 부자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모르지만 타락한 성직자와 정치인이 존재하는 한 정신적으로 성숙하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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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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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맞은 편에 있는전쟁중에 파괴된 한 건물, 안에 들어가니 좀 으시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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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 영향으로 이런 간다라 불상이 창조된다, 선정중의 보살 좌상인데 참 예쁘게 만들어졌다>


 

카불에서 델리를 나를 땐 좀 어설프지만 아프간 국영 항공 캄 에어(Kam Air)로 나온바 조금이라도 적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국영 항공이란 게 겨우 변방국가 국제선 가까운 네 군데 도시를 취항하고 있다. 5. 22 일 카불을 떠나왔는데 다음날 시내에서 테러와 교전이 있었음을 들어와 외신으로 알게 되었다. 그 때 만일 하루라도 늦게 빠져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안도의 쉼이라니. 일부러 보내기 어려운 편지와 엽서를 우체국에 가서야 가까스로 보낼 수 있었는데, 우체국 한 번 들어가는데도 몸수색이며 카메라나 물건들은 다 보관 후에 들어갈 수 있다. 평소에도 그리 까다로운 검문검색이었는데.  참혹한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실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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