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어 ‘노란 리본’ 단 염수정 추기경 “모든 종교가 세월호법 중재 노력해야”
서울대교구청서 기자간담회
“인도적 차원 남북관계 진전 모색”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사진)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을 끝내고 돌아간 지 여드레 만인 2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교황 방한의 감동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처럼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 부활한 예수에 대해 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믿음을 가지고 미사를 드리고 말하는 것을 느꼈다”며 “교황이 지체장애인들과 만나느라 다음 수도자 모임에 많이 늦었는데 장애인들과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황이 대전에서 젊은이들과 대화할 때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들면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씀을 했다”며 “천주교도 인도적 차원의 남북관계 진전을 모색해 가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이 방한 첫날 주교단과 만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성직자주의 경계, 사제들에게 귀를 열 것 등 사목 지침을 내린 것과 관련해
서는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 22일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을 찾아 위로하기도 한 그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명의 중요성을 아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가치관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한 예화를 들려주었다.
“가르멜수녀회에 입회한 성녀 에디트 슈타인은 아우슈비츠 독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았다. 아우슈비츠에서 함께 죽어가던 이들이 ‘하느님이 어디에 계시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무죄한 사람, 억울한 사람이 죽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성녀께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그리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은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죽어 연기로 올라가셨다.’ 세월호는 우리 안의 모든 비리, 우리 인간의 문제다. 생명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돈만이 최고’라는 생각, ‘나만 잘살겠다’는 생각의 총체적 결과다. 우리 자신이 새롭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고 서로 신뢰하고 새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의 아픔을 이용하거나 힘이 낭비되지 않고 안전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유가족들의 생각대로 다 이뤄지면 좋겠지만 어느 선에선 양보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염 추기경은 또 세월호 특별법 중재에 대해선 “신부들이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천주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사진 서울대교구 제공